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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Sep 11. 2023

금사리성당

성당기행#38

한차례 한파가 물러가고 때 이른 봄기운에 햇살이 구름을 비집고 나온 2월 초 부여군 구룡면에 있는 금사리성당을 찾았습니다. 국도변에 위치한 금사 1리는 내포의 마을들이 그렇듯 높지 않은 산들이 저 멀리 보이고 낮은 구릉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앉은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십자가를 이정표 삼아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작은 꼬리를 흔들며 낯선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멀리서 새소리 가끔 들릴뿐 평온하고 한적한 마을 중앙에는 세워진지 약 120년이나 되는 금사리 성당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금사리마을은 마을 전체가 경건하고 성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집니다. 


금사리 성당은 1906년에 세워진 부여지역 최초의 성당으로 120년을 몇 년 앞둔 긴 시간을 품고 살아온 성당입니다. 몇 번의 복원공사를 하고 2006년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거쳐 아직도 아름답게 처음 세워졌던 그 자리에 굳건하게 서 있습니다. 금사리 성당은 한옥과 고딕식 건축양식이 결합된 작지만 아담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성당입니다. 그래서 1996년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1998년에는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색 바랜 벽돌과 지붕 그리고 검은색 첨탑이 특히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방문한 계절이 겨울철이라 군데군데 얕게 쌓인 눈이 성당의 외벽과 함께 영화 같은 정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성전의 입구는 특이하게도 들어온 곳과 반대방향으로 담을 향해 열려있습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고요한 정적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 좋기도 하였습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작은 성당 안은 온통 하얀색 벽과 오색이 빛나는 유리화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천정에는 작고 귀여운 갓등이 있고 회중석을 좌우로 구분한 나무기둥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대옆에는 언제 적부터 놓여있었던 풍금인지는 모르나 한눈에 보아도 오래되어 보이는 예스러운 풍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성가의 반주가 되어주었던 풍금이라고 생각하니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 소리가 나는 듯도 했습니다.  


박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 지역에서 숨어 지내던 신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부여군 일대는 당시 주교였던 뮈텔신부가 여러 신자와 신부의 청을 받아들여 본당을 마련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부여지역 최초의 본당인 금사리성당은 1900년 뮈텔주교가 파견한 공베르 쥴리앙신부에 의해 6년간의 공사를 거쳐 마침내 1906년 본당이 완공되었고 이후 공베르 신부는 23년이나 이  성당에 재임하셨다고 합니다. 재임기간 동안 성당시설을 완비하고 특히 전교활동에 매진하여 1923년에는 관할공소가 무려 26개나  되었으며 신자수는 1,644명이나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찬란하던 시대를 뒤로하고 금사리성당도 세월을 견딜 수 없어 벽에 금이가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 더 이상 미사를 집전할 수 없었던 1968년 성당의 옆에 새로운 성당을 건축하게 됩니다. 성당건물이 워낙 낡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늘어난 신자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새로 지어진 성당도 55년이나 되었으니 새 성당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새  성당은 시골지역에서는 유난히 돋보이는 새련된 현대식 콘크리트건물입니다. 하얀색 첨탑과 십자가가 성당전체의 건축미를 한 것 아름답게 하고 있습니다. 새 성당의 내부 역시 구성당과 마찬가지로 겉모양과 다른 한옥의 형식을 접목하였습니다. 특히 내부의 창은 스테인드글라스창이 아니라 정통 한옥식 창이라 그 은근한 한옥미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충청도 내포의 작은 마을 곳곳에 200년 넘은 가톨릭유산이 자리하고 있어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큰 은혜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푸른 눈의 공베르 신부의 헌신과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초기 신자들의 아름다운 공동체의 삶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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