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48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성심여중고의 교문에 들어서면 얕은 언덕위에 처음오는 방문객을 반가이 맞아주시는 예수성심상과 그 뒤로 소박한 모습의 아름다운 성당이 보입니다. 붉은 벽돌과 사이사이 회색의 벽돌이 주는 인상이 참으로 이쁘고 단아한 느낌입니다. 마침 가을 비가 내린 아침이라서 그런지 나무들 사이의 붉은 색 벽돌이 더 청아하게 보입니다. 예수성심성당은 크고 웅장한 성당은 아니지만 마치 기도하는 수녀님같은 깨끗하고 단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을 열고 수녀님 한분이 나오셔서 저희를 맞아 줄 것같기도 했습니다. 방문시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곳은 1956년에 한국에 진출한 성심수녀회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예수성심성당은 용산신학교의 건축보다 10년 늦은 1902년에 세워진 용산신학교 소속의 부속성당이었습니다. 특히 성직자들이 많이 참수된 새남터성지가 손에 잡힐듯 내려다 보이는 곳에 그때 그모습으로 120년간이나 한자리에 서 있습니다. 새남터는 익히 알다시피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님이 1846년 효수형을 받고 순교한 곳입니다. 또한 교구장 등 많은 사제들이 순교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제들의 순교성지가 바라다 보이는 원효로에 예비사제들의 교육기관인 신학교를 세웠으니 당시 신학생들의 각오나 사명감도 남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김대건신부님의 유해를 비롯하여 조선교구1대 교구장부터 8대교구장까지 교구장들의 유해와 기해박해 병인박해때 순교한 성직자들의 유해도 모두 이 예수성심성당을 거쳐 각각 다른 곳으로 옮겨 안장되었다 하니 예수성심성당이 가지는 한국카톨릭의 역사적 의미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성당의 설계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코스트 신부가 설계와 감리를 맡았는데 약현성당과 명동성당을 설계한 뛰어난 사제 건축가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성당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성전은 기둥이 없어 단순한 모양이지만 뾰족아치형의 창에 회색벽돌로 둘레를 장식하고 그 위에 흰색의 벽들에 다시 회색의 벽돌을 둘러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정숙한 아름다움이 성전을 경건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창의 유리화도 파란색의 원색이 주를 이루어 더욱 깨끗한 느낌입니다.
현재 예수성심성당은 성심수녀회 수녀님들과 성심여중고 학생들의 전례공간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으며 사적 제521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교복을 입고 미사에 참석하는 성심여중고 학생들의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듯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