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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Mar 25. 2016

별도 없는 한밤에

네가지 독한 복수이야기

  일하지 않는 토요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행복합니다. 그동안 읽지 못한 책들을 끼고 단숨에 몇 권씩 읽어나갈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월요일부터 출근길에 읽기 시작한 책을 마무리 하고 토요일은 또 한 권을 시작합니다. 운이 좋으면 일요일에도 한권 더 읽을 수 있습니다. 다독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또한 목표도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 동안 허송했던 시간들이 너무도 아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머리속이 마치 스폰지가되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읽었던 내용들이 어느 순간  문득문득 떠올라 앞장으로 다시 가거나 진지하게 정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운이 좋은 지도 모릅니다. 내 머리가 아직은 살아있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이 그런 생각을 더욱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스티븐 킹의 별도없는 한밤에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덕분에 알게된 호러소설의 거장입니다. 언젠가 쇼생크탈출의 작가가 바로 킹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더 그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진가를 실감하게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킹의 책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호러소설이 그렇듯 너무 가볍거나 그런 건 아닌지, 어리석은 허세일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샤이닝이나 캐리 그리고 쇼생크탈출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의 킹은 후기에서 스스로도  참 독한 이야기라고 고백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14살난 아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인 다음에 아내이자 아들의 엄마를 죽여 오래된 우물속에 유기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 첫 줄을 읽고 어쩔 수 없는 당혹스러움에 참 킹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 고백처럼 독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4가지의 복수이야기는 600페이지나 되는-물론 4개로 이어진 중단편모음집이지만 술술 읽어가는 속도가 역시 킹의 문장력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에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굉장한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세번째 이야기"공정한 거래"는 왠지 모르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50페이지 밖에 않되는 짧은 글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암에 걸려 곧 죽게 될 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평범한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 앞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아간 그러면서도 불행한 자신의 형편에 비해 불공평하리만큼 그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오래된 친구의 부와 행복을 시한부 생명연장의 댓가로 불행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서 그런 작가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나 자신의 불행하고 어두운 삶이란 것이 어떤 이의 행복에 대한 댓가가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보같은 생각에 실소하고 말았지만 아무래도 킹의 이야기에는 그런 평범한 사람의 상상력을 더욱 공감하게 만드는 장치가 있는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평범한 남편이 시리얼 킬러였거나 믿었던 친구가 사실은 마음속으로는 온갖 저주를 자신에게 퍼붓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오싹한 상상이지만 상상이므로 또한 무료함의 일상에서 일탈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를 수 있는 아니 저지르고 싶은 일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작가가 쓰면서도 느꼈던 독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호러소설에  빠져들게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책을 덮는 새벽시간 창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내방으로 들어오려 기를 쓰는 어떤 영혼들의 애절한 방문의 전조인 것만 같아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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