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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Sep 10. 2022

용소막성당

성당기행 #14

오래전부터 별러온 원주의 용소막성당이다. 연일 뜨거운 날씨에 어디든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그래도 어딘가를 향해 잠시 여기를 떠난다는 것이 행복이기도 하다. 전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한번 가봐야지  원주의 용소막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대구에선 2시간이 넘는 거리 197km정도다. 성당여행을 하다보니 먼거리를 그리 멀지않게 생각해온 터라 두시간 정도는 머뭇거릴 거리는 아니다. 다만 강원도라는 지역이 심리적으로 가깝지는 않은가 보다.


용소막성당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위치한다. 원주 도심에서 약30분이 넘는 거리에 있으니 한적한 시골이다. 양옆에 치악산 산줄기를 따라 가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용소막 성당은 위치적으로도 꽤나 들어간 시골마을이다. 이곳을 찾는 신자들이 많은지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서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을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야트막한 동산을 올려다보니 큰 느티나무사이로 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된 듯한 느티나무는 수령이 160년가량 되었다고 한다. 성당건립이 107년 정도 되었으니 그간의 세월을 다 지켜보고 있었을 느티나무의 영혼이 느껴지기도 했다.


용소막성당의 시간은 병인박해가 있었던 18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다시피 병인박해는 프랑스군함이 양화진까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흥선대원군의 무자비한 박해를 피해 모진 피난 생활의 끝에 당도한 곳이 이곳 신림면이다. 자연스레 그들만의 교우촌이 형성되고 공소로 시작했다 1904년 원주본당에서 분리되어 초대주임신부인 프와요 신부가 기틀을 마련하고 3대 주임신부인 시잘레신부가 1915년 소규모 벽돌성당을 완공하였다고 한다. 고딕양식을 변형한 소규모벽돌성당의 전형이라고 한다.


넓은 성당의 부지와는 달리 성당의 모습은 작고 아담하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뒷쪽으로 올라가면 큰 바위에 평화통일이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무었때문에 여기에 이런 글귀로 돌을 올려놓았는지는 알 수없으나 그저 이나라 국민이면 누구나의 염원이겠구나 했다. 통일이라는 개념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 기도해야 할 기도제목이 아니겠는가?


성당의 석조외벽에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약간은 빛바랜듯한 붉은 색과 회색조의 버팀벽이 조화롭다. 성당중앙에 위치한 종탑과 전체적인 성당건물과 앞마당에 자리한 5그루의 느티나무. 그 나무들이 만든 그늘밑에서 잠시 성당을 감상했다. 잘왔구나 싶었다.


박해의 고통아래 하나하나 정성스레 구운 벽돌로 올린 신앙의 집이며 믿음의 성소다. 벽돌에 손바닥을 대고 그들이 흘린 땀과 피의 아픔을 느껴본다.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그들의 믿음을 올려다 보았다. 한치앞의 시간에 걱정과 좌절로 무릅이 꺽이고 마는 겨자씨만한 믿음도 없는 신앙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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