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19
사각 첨탑 위의 돔이 멋스러운 남원의 쌍교동 성당은 남도의 고장답게 구수한 사투리 같은 정이 묻어나는 성당입니다. 하늘은 이제 가을의 한가운데여서 그 푸른 빛이 성당 첨탑의 십자가를 비추어 오래된 성당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었습니다. 미사 참석을 위하여 더욱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성당안에 들어섰습니다. 10시 30분 미사를 앞두고 10시쯤 도착했는데 30분 일찍 나와 미사 준비를 하는 성가대원들과 교우들로 자리의 반이상 차있었습니다. 저마다 묵상기도를 하거나 조용히 앉아 준비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성가대에서 흘러나오는 굿거리장단의 장구소리는 이곳이 남도의 고장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처음 듣는 국악풍의 성가 소리에 어깨가 절로 들썩거려 미사 시간 내내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또한 이날은 30년 된 오르간을 교체하여 새 오르간으로 드리는 첫 미사라 미사 시작에 앞서 축성식까지 하였으니 아름다운 오르간과 장구소리가 만들어 내는 장단의 합주는 예수살렘으로 입성하시는 나귀탄 예수님을 환호하는 예루살렘 거리의 사람들이 생각나게 했습니다.
남원의 쌍교동 성당은 전주교구의 성당으로 1958년에 완공된 건물입니다. 박해시대를 지나 천주교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했던 전라도 지역이었지만 남원은 유교적 영향으로 전교가 무척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합니다. 교우들의 노력에도 세가 커지지 않자 인근 수분리 공소의 몇몇 신자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와 희생적인 전교를 펼쳐 그제야 교세가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성당 건축에도 정성을 들여 지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색의 석조와 붉은 벽돌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성당 내부의 흰색과 목골 구조의 천정도 아름답습니다. 오래된 성당의 묵은 향기가 나는 곳곳의 장식들입니다. 십자가의 길 14처는 오래된 성당에서 흔히 볼 수있는 목조의 부조형식이며 아래쪽에 옛스런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부드러운 둥근 아치의 창에는 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어 창을 뚫고 들어오는 빛이 성당 곳곳을 형형색색으로 밝혀 그 아름다움을 더하여 주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로마서의 말씀처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수많은 발들의 희생이 남원이라는 굳은 땅에 전교의 역사를 이루고 남원에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을 세웠으리라 믿습니다. 지금도 남원 쌍교동의 교우들은 신심을 다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은 신자들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연중 31주일인 복음 속 자케오처럼 예수님을 보러 나무에 올라가는 신자들이 많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2022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