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20
경주시 양남읍 나아리의 한적한 바닷가. 작은 언덕에 자리잡은 양남성당은 올해로 27년 정도 되는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도착해서 바라본 11월의 바다는 짙은 에메랄드 빛으로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잔디마당엔 봄햇살보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가득하고 군데 군데 푸른 하늘엔 붓칠한듯 떠있는 하얗고 투명한 구름들이 답답한 가슴을 열어줍니다.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죄인을 바다가 보이는 양남성당은 넉넉한 두팔로 안아주고 있는듯했습니다.
11시 미사에 앞서 한시간 일찍 도착해서 간단히 성당을 둘러보고 기도와 묵상으로 미사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입당성가가 시작되고 눈을 감았습니다. 매캐한 향냄새가 코끝을 파고 듭니다. 신부님이 제대에서 향로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예비신자는 그 정화의식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성찬전례 시간엔 머리위에 살며시 얹은 신부님의 두 손이 뜨겁게 머리를 타고 심장에 머무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미사의 마지막 강복시간에도 참석한 모든 신자의 머리위에 일일이 두손을 얹고 기도하시는 신부님. 어쩌면 그리 많치 않은 신자수에 간절함으로 매주 강복하여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일이 축성까지 해주시는 신부님의 간절함이 두손 얹은 머리끝에서 뜨거웠습니다.
가정공소로 시작한 양남성당은 1997년에야 비로서 본당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한때는 신자수가 300명을 넘어가던 양남성당이지만 코로나여파이기도 하고 점차 줄어드는 신자수로 60명가량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13년간이나 사목회 회장을 역임하신 회장님의 마지막 인사는 가슴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다행이도 뒤를 이어 취임하시게된 분이 계셔서 다행이었습니다. 2023년을 시작하는 새로운 사목회분들의 각오도 듣고 많은 신자들이 생기기를 마음속으로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양남성당은 희생과 수고로 수년을 봉사하신 여러 신자분들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더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성전문을 열면 제일먼저 보이는 양남성당의 제대화는 최후의 만찬으로 예수님곁에 함께 후광을 두른 성모님이 그려져 있습니다. 간결하고 약간은 해학적 그림이 언듯 이중섭화가의 초기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보통은 제대화만 있는데 양남성당은 제대 양측 좌우에도 십자가 바탕에 갈릴리 호수의 예수님과 오병이어의 예수님, 그리고 제자의 발을 씻기어 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당에는 드넓은 바다를 보며 기도하는 14처의 기도길이 있지만 본당안의 14처도 독특하고 이쁩니다. 감실위의 감실등도 작지만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시골의 성당에 이렇듯 아름다운 장식들이 많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기자가한 장식들이 군데군데 성당안을 성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사각창위에 둥근 스테인드글라스 창에는 원색의 성서이야기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온통 화려한 색으로 성당을 가득차게 하고 그 또한 눈을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그 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성당의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점차 신앙으로 부터 멀어지는 시대가 안타까웠습니다. 점차 노화되어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농촌의 환경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때인가 하느님의 은혜로 더 많은 신자들이 양남성당을 찾는 때가 올줄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