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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ul 10. 2023

정해박해의 진원지 곡성성당

성당기행 #30

뜨거운 여름 햇살이 바늘 끝처럼 따갑습니다. 손이라도 하늘을 가리지 않으면 타버릴 것 같은 여름, 곡성성당이 있는 곡성에 들렀습니다. 곡성성당은 정해박해의 진원지라는 본당 역사에 걸맞게 막상 도착해 보니 옥터성지라는 순교성지로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해박해는 1827년 발생한 약 4개월간의 박해로 기간은 짧지만 탄압과 억압의 정도가 심해서 많은 수의 교우들이 집단생활을 전폐하고 심산유곡으로 피신하여 겨우 생명을 부지하였다고 합니다. 곡성현의 옹기마을인 덕실을 시작으로 전라도와 경상도까지 검거가 확산되어 전주지역만 240명, 전국적으로 500여 명의 신도들이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워낙에 많은 수의 교우들이 체포되다 보니 더 이상 감금할 곳이 없어 객사를 옥사로 사용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많은 수의 교우들이 잔인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배교하였으나 끝내 16명은  신앙을 지키며 순교하였습니다. 당시 문초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관장: 네 모친이 살아 계시고 처자도 있다는데, 지금이라도 한마디만 하면 여기서 놓여나가, 네 모친과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니, 오죽 기쁜 일이겠느냐?

*신자: 어머니를 다시 만나러 가려면 배교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러나 천주는 만인의 대왕이시고 아버지시라, 제 어머니도 그분에게로부터 조성함을 받으셨으니, 어찌 피조물(被造物)을 위해 조물주(造物主)를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사제도 없는 교우촌에서 신자들은 스스로 성경을 필사하거나 성경강습을 하는 등 스스로 신앙의 결을 깊게 하고 신심을 돋우어 나갔던 정황들이 여러 기록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초기록을 읽으면서 그들의 굳건한 신앙이 많은 은혜로 다가왔습니다. 작은 일에도 힘들어 가톨릭신자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되는 요즘 그들의 신앙을 보면서 게으른 신앙을 질책하기도 하였습니다. 


곡성성당 본당문에는 정해박해의 진원지라는 글귀와 1957년 성당이 지어지던 해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성당 안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당시 신자들의 고문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보는 이를 더욱 숙연하게 합니다. 쇠사슬에 묶인 예수님 성상도 제대옆에 두어 순교한 교우들을 기리고 있다고 합니다. 성당내부의 모습은 둥근 타원형으로 옹기촌인 덕실마을에서 생산하던 옹기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부로 나오면 너를 대지위에 당시 교우들을 감금하던 옥사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정해박해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전시하는 옥터 전시실도 개관하여 순교성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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