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40
1845년 8월17일 조선의 첫 사제 김대건 신부는 상해를 떠나 작은 목선 라파엘호를 타고 생사를 알수없는 귀국길에 오릅니다. 오직 자신을 사제로 세우신 하느님의 사명을 척박한 땅 조선에 전하기 위해 믿음으로 떠나셨습니다.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조선의 입국을 만류하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어렵고 힘든 길, 혹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의 굳은 신념 앞에서는 그 어떤 것들도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제주도의 아담한 어촌 용수리 마을앞의 성 김대건 표착기념성당은 25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한 조선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님을 기념하기 위한 성당으로 2006년에 지어진 기념관 옆에 2008년 건립되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제주의 성당을 순례하던 마지막날, 기념성당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들과 성당의 앞바다를 보니 알 수없는 뭉클거림이 가슴 저 밑에서 부터 올라왔습니다. 3년 내내 다딘 대구의 대건고등학교가 김대건 신부님의 이름을 딴 학교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서야 103위 순교성인의 첫머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곳 용수리마을은 중국의 상해항에서 떠난 작은 배 라파엘호가 거친 풍랑으로 서해의 망망대해에서 한달여를 표류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표착한 곳입니다. 신부님은 여기서 조선의 첫사제로서 첫 미사와 첫 성체성사를 하셨습니다. 당시의 신부님과 신자들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가 넘쳤으리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굳은 신념과 오직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오시게 하기 위한 사명을 감당해내었던 성 김대건 신부님의 사제로서의 첫 임무를 비록 계획된 경로에서는 아니지만 이 또한 하느님의 뜻과 섭리가 아니었을까 믿습니다. 바울이 로마의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8:28에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신앙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