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은 제게 독서의 버킷리스트 같은 책중 하나입니다. 꼭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그 방대한 양도 양이거니와 그 속에 녹아있는 은유의 세계를 알기위해선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한 책이라서 선듯 손에 잡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그 책을 향한 알 수 없는 유혹이 저의 삶동안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저는 얼마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단테는 라벤나라는 도시에 묻혀 있습니다. 그는 도시국가중 가장 번성한 도시인 피렌체의 정치가였지만 반대파에 의해 배척되어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라벤나에서 죽고 그곳에 묻혔던 것입니다. 그 무덤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나서 돌아가면 꼭 읽어봐야지 했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귀스타브 도레의 아름다운 삽화가 수록된 신곡의 개정판입니다. 삽화를 통해 단테가 기술한 사후 세계를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열린책들에서 펴낸 양장판의 책이며 가톨릭 대학교 김운찬 교수님의 번역입니다.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 지옥편 제1곡 -
위의 문장은 신곡 제1곡에 나오는 첫문장입니다. 인생길 중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은 과연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 정답은 없겠지만 인생에 대한 물음 앞에서 단테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단테가 인생에서 만났던 숲은 거칠고 황량하고 험한 숲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인생 최대의 두려움을 느겼다고 말합니다. 도시국가인 피렌체에서 어린나이에 국무총리에 오를 만큼 승승장구하던 단테는 반대파에 의해 배척되어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라벤나에서 죽고 그곳에 묻혔습니다. 단테는 죽기 13년 전부터 이 서사시를 써서 죽음에 들었던 1321년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파란만장한 그의 생애을 여기서 다 기술할 수 없지만 책중 사후세계의 순례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격정의 세월을 살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제게는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묵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것은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그리고 인간의 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옥의 입구에는 선이나 악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자들이 왕벌과 파리, 벌레 들에게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입구에 쓰인 글귀 "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 지어다" 어쩌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통속에 있으면서 이 고통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 순간 지나온 인생의 시간들을 돌이켜 기억해 봅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러한 곡절의 순간은 언젠가 끝이 나있었고, 삶은 평온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 어떤 섭리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삶의 곳곳에서 만났던 어두운 숲은 다행스럽게도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는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만나는 어두운 숲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 숲은 그리 깊지는 않았던 것같습니다.
곳곳에서 만나는 어두운 숲들은 잘못된 판단, 또는 양심을 거스르는 죄, 그리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때마다 나타났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들을 바로 잡을 수는 없겠지만 같은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어두운 숲이 주는 교훈은 충분했던 것같기도 합니다.
신곡을 읽으면서 저는 지옥의 끔직함을 보았고 연옥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천국에 대해 사모하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 쯤되면 단테가 독자들에게 원했던 결과라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아~~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였습니다. 해설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같네요. 몇년전 도스토에프스키의 백치를 읽기전에 해설서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읽기전에 사전 지식이 있으니 비교적 읽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기억이 있기도 합니다.
짧은 지식에 신곡을 읽고난 후의 느낌을 쓰려니 많이 어렵습니다. 그냥 읽고 싶었던 책이라 읽어보라고 권할 만하다 싶습니다. 마감이 다한 원고를 시간에 쫒기듯 써본 것으로 독후감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