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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Nov 08. 2016

또 다시 광화문

우리는 한없이 고독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지독한 역사의 굴레가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까? 사람이 축생으로 취급받아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쓴채로 헉헉거리며 슬픈 자조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이 곳엔 자발적으로 그 굴레에 머물기를 원하는 측은한 5%가 있고 그 5%가 다시 30%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혹여 다시 그 자리로 회귀하지나 않을까 싶어 떨구어지는 그 회의적 고갯짓앞에 굴욕적인 열패감을 느껴야 한다면 우리는 이제 이 곳을 떠나야만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20만 시민이 내뱉는 절규의 목소리가 그 깊은 구중궁궐에서도 분명히 오욕의 역사를 갈아엎으려 칼날같은 바람으로 귓속을 파고들었을 텐데 여전히 그 자리는 그토록 무겁고 귀중한 것인지. 이럴려고 대통령이 된것인지 자괴감이 드는 당신은 허무의 피 흘려대는 우리의 목소리가 그저 저러다 말려니 싶어 허공을 맴도는 허언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를 그저  무시해도 좋을 먼지처럼 여기지 말라. 우리는 그대들로 인하여 한없이 고독하며 그대들로 인하여 빠져나간 전해질의 결핍으로 인하여 악액질 상태로 뼈만 남은 불쌍한 군중이 되어버렸다. 어느나라 대통령이 국민을  이토록 처참하게 무시하며 극도로 소외된 살아가게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대들은 우리를 전세계에서 가장 부끄러운 국민으로 만들었고 힘겹게 흔들리는  촛불을 들게 만들었다. 그대들이 준 깊숙한 고독과 결핍이 힘들게 걷고 있던 것조차 모르던 우리의 꺽어진 다리를 다시 붙들어 일어서게 했다.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그대들이 붙들고 있는 세상은 전 본 적없는 혼란스러움이다. 그러지 않아도 쾡한 눈이 빠질 듯 하다.  이제 그대들이 보이지 않는 다면 그대들이 그토록 염려하던 혼란과는 반대로 오히려 혁명의 승리로 인해 좁아든 가슴이 열리고 수십년 수백년 무너진 채로 있던 민중의 자존감을 이제 겨우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듯 싶다. 혼탁한 도시, 높고 싸늘한 건물들과 숨쉴 틈없이 뿜어대는 시커먼 매연들이 없는 한적한 자연의 그 곳에서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가난한 맘에 평안과 풍요를 얻을 수 있듯 부조리의 쓰레기들로 가득찬 당신들은 도시에서 내려와 우리가 볼 수 없는 먼곳으로 떠나버렸으면 한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라. 그대들이 한것 걱정하며 지켜왔다고 생각하던 이곳은 그대들의 추문과 그대들의 욕심과 그대들의 이기심으로 더 이상 깊이 빠질수도 더이상 나빠질 수도 없는 혼탁한 수렁으로 내려와 있다. 무엇으로 그대들의 주장을 온전히 명쾌하게 설명할텐가. 이 곳은 이미 그대들이 없어도 좋을 만큼 무의미해져 버렸다. 차라리 무정부 주의자가 되어버렸다면 이것보다 더 아수라장이 되지는 않았을 터다.


그대들 우리는 너무 고독하다. 그대들의 지독한 오만을 거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그대들의 통찰없는 허위만을 보았고 그래서 우리는 참지못해 우리 영혼의 가치를 당신들과 분리하고 당신들로부터 확연하게 구분되고자 한다. 그러니 제발 그대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그대들이 짓누르는 무서운 중력의 공포로 부터 자유롭고 싶다. 우리를 그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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