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방황 중입니다.
글쟁이. 난 글쟁이다. 아마도.
아니, 난 글쟁이를 자처하는 그림쟁이다. ..아마도.
끝없는 내적갈등이 하루에도, 한순간에도 오간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글쟁이, 그림쟁이. 나는 둘 중 하나만이 아니라 둘 다 하고 싶다. 그리고 글쟁이인지 그림쟁이인지를 논의하기 이전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욕심쟁이란 것이다.
대학교에 처음으로 들어가 1학년 2학기에 언론 동아리에 들어갔다. 잡지 형식으로 학내, 사회부터 문화, 에세이까지 대학생의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루는 소규모 동아리였다.
서류와 면접이라는 의례를 통과하여 들어간 동방에는 지난날 이 공간에서 만들어졌던 책들과 부원들이 있었다. 이를 반증하듯 먼지와 종이의 향이 가득한 공간에 가득했다. 한 권의 책을 한 학기 동안 제작하는 곳인 만큼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명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조금 이질적인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바로 미술 전공생이라는 배경 때문이었다.
미술에서는 작품도 중요하지만 결국 글로서 자신의 작품을 조리 있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덕분에 글 쓰는 법을 아예 모르지는 않았으며, 국어시간에 배운 대로 글은 '서론-본론-결론' 구조에 맞춰야 함을 알고 있었다. 물론 서본결 단어가 가진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았다.
문제라면 동아리 사람들은 글로서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데 도가 튼 전공생이라는 점이었다. 아니, 글쟁이라고 해야 한층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아직도 편집장이 내 첫 글을 보고 '서론-본론-결론' 구조를 설명해 주던 게 잊히지 않는다. 당시의 나는 당황한 티를 안 내기 위해 당시에 부단히 노력했다.
반감이 생기지도 않았고, 분노하지도 않았다. 수치심과 민망함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 어딘가 밍밍한 글. 진정한 글쟁이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나. 언론 동아리가 글쟁이로서의 화려한 첫 활동 개시가 되리라 기대했던 처음과 달리, 첫 글을 탈고할 때 즈음에는 '이것만 쓰고 바로 나가야겠다.''아니지. 글 하나만 쓰고 나가기는 아까우니까 1년은 하고 가자.' 하는 생각끼리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지라, 1년이라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2년 반을 하고 퇴임했다. 퇴임하게 됐다-라는 표현이 맞을까.
그곳, 동방에 있던 사람들이 버거운 한편 못내 좋아서 발이 쉽사리 떼어지지 않았다. 글을 더 쓰고 싶어서, 글 쓰는데 그들의 조언이 필요해서 펜을 더 잡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년 반이나 지나있었다. 분위기에 휩쓸렸다 변명하더라도 욕심을 부린 것은 자명하다. 글에 대한 욕심. 글쟁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고 싶다는 욕심 등등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퇴임해서 나온 지금도 이 욕심은 여전하다. 갈 곳을 잃었을 뿐...
글쟁이. 아직도 이 타이틀을 붙였다 뗐다 반복하기 바쁘지만 역시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딘가 부족한 O쟁이는 오늘도 열심히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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