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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Oct 28. 2015

놀자! 퍼실리테이션

여럿이 즐기며 노는 듯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

원시시대에 한 부족이 곰을 잡는 사냥을 나간다면 사전에 무슨 일을 했을까?

아마도 곰을 발견하고, 포위하고, 쓰러뜨리고, 포박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는 일을 모여 상의했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면 좋은 작전은 만들어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움크리고 앉아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격려하고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하여 좋은 사냥 작전을 세우게 된다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마도 사냥 놀이를 하는 즐거운 일에 푹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일을 놀이로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퍼실리테이션이란 '모든 의견이 동등하게 귀중하다.'라는 원칙이 실제로 실현되도록 하는 일련의 방법들의 집합이다. 쉬운 말로는 회의 또는 워크숍이 제대로 잘 되게 하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의 언어적 의미 즉 '촉진'은 그룹(집단)이 원하는 바를 쉽게 달성하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인류는 개인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회의라는 일하는 방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회의는 그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없애고 싶은 지루하고 답답한 계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회의의 불편하고 비효과적인 방식을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이 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에 의한 회의는 서로 다른 의견, 이해관계 혹은 대립적인 목적을 가진 참여자들이 합의에 의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된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을 달리 하는 참여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모아 최선의 합의에 도달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회의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시너지로 바꾸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따라서 회의 매우 귀중한 일하는 방식이며 회의를 없애려는 시도는 잘 실현되지 않을 뿐더러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결과이기도 하다. 회의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회의하는 방식을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전환하면 회의는 조직의 핵심역량을 기르는 귀중한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퍼실리테이션 방식이란 다음과 같은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1. 중립적 개입


퍼실리테이션을 대표하는 말은 중립성이다.

독단적으로 사냥에는 어떤 한 방법이 최고라며 몰아부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말에 모두 귀를 귀울이며 여러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중립성이다.  


이견으로부터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 즉 갈등의 해결 과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을 돕은 활동은 중립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진행자의 중립성이 없다면 진행자 또한 갈등의 당사자가 되어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가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 또한 중립자의 개입이 도움을 준다. 참여자가 어떤 발언을 할 때는 그 발언으로부터 부정적인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발언의 공포를 제거하고 발언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행자의 중립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발언의 공포>   

내 의견이 상사(강자)의 의견과 다르지 않을까?  

취지에 맞는 최선의 답일까?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조리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내 의견에 동의할까?  

무식해 보이지 않을까?  

이기심이 있다고 하지 않을까?  

엉뚱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까?  

내 아이디어로 내 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바보같아 보이지는 않을까?


퍼실리테이터가 어떤 의견을 내지 않고 참여자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중립을 지켜낼 때, 참여자들은 발언의 안전함을 느끼면서 참여 에너지가 높아지고 결국 회의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2. 심판의 연기


좋은 사냥 작전을 세우기까지는 여러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그 의견들의 좋은 점 부족한 점을 생각해보고 제일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일정한 순서가 필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을 두 번 째로 대표하는 말을 절차(process)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성급한 심판(premature judgment)을 미루고, 숙의를 거친 후 결론에 도달하게도록 논의의 순서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퍼실리테이터가 논의의 내용에 대하여는 중립을 지키지만, 논의의 순서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적극성을 발휘한다.


먼저 회의의 목적을 인식하고, 분위기를 만들며,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내게 하고, 이를 정리하며, 어떤 의견이 타당한 지에 대하여 깊은 논의를 시도하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하여 각 의견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 후, 최종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가 된다.


이러한 순서의 관리는 누군가 하나의 의견을 내면 그 것이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갑론을박을 하게 되어 다른 대안들을 충분히 탐색해 보지도 못한 채 회의 시간이 다 되어버리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권력자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방지하게 되어 가장 최선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론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3. 인간관


진행자가 퍼실리테이터로서 중립을 지킬 수 있으려면 참여자가 현명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진행자는 중립을 지키기 보다는 답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하여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더 옳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자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그들은 신뢰하는 기반 위에 성립이 가능해진다. 만약 이러한 인간관이 없이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킨다면 이는 중립을 연기하는 것일 뿐 진정한 중립을 지키기는 어려우며, 그러한 연기는 어느 순간 균형을 잃고 참여자로부터 지지를 얻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참여자의 선의와 역량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억지로 퍼실리테이션의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퍼실리테이션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접근방법이지 어떤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4. 도구와 기법의 사용


사냥 작전을 세우면서 추장님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면 그 곰 잡는 일은 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퍼실리테이터가 무작정 중립만을 지키는 것으로 참여자들이 현명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퍼실리테이터는 참여자가 깊이 사고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보완적으로 사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도구와 기법을 제시한다.


사고력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퍼실리테이터 또는 권한과 책임은 가지 한 리더로서의 퍼실리테이터가 중립을 지키며 회의 또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퍼실리테이션은 맨손으로 중립을 지켜내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와 기법을 함께 제시하여 어려운 중립의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도구와 기법으로는 아이스브레이킹, 브레인스토밍, 육감도 확산법, 리치픽쳐, 피쉬본, 연관도, 의사결정표, 도트보팅 등 수백 종의 개념적 도구와 포스트잇, 전지, 차트, 마커펜, 전면작업벽 등과 같은 수십 종의 실물 도구와 장비 등이 사용된다.


아울러 앞서 말한 효과적인 절차를 설계하여 적용함으로서 참여자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통해 참여자들이 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5. 대인 기술


어떤 꼬마가 곰 잡는 것에 관하여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고 추장님 야단치지 않고, 말하려 나선 것에 대하여 기특하다고 칭찬해 준다면 그 곰 잡는 일이 또한 더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이다.


참여자들은 회의 또는 워크숍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정서적 변화를 격게 되며, 현명한 결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깊고 진지한 인지적 활동을 수반하게 된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러한 참여자의 정서적, 인지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적합한 대인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우선 질문을 통하여 참여자의 마음 속에 있는 의견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견을 밖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주저함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발언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이를 돕는 방법으로는 경청, 잘 받아 적기, 에너자이징, 명확한 목적의 제시 등을 들 수 있다.


참여자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상황에서 양자의 의견을 모두 존중하고 합리적인 선택 기준을 참여자 스스로 선택하여 이를 통하여 결론을 도달하게 하는 기술도 적용된다. 또한 참여자들이 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결정(informed decision)할 수 있도록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는 정보의 확보를 돕고, 논점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사고의 시각화를 통해 사고의 진전을 촉진한다.


아울러 이견 있는 참여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격적 발언을 포착하고 이를 부드러운 언급으로 전환하여 경쟁 기류가 적대적 기류로 전환되지 않도록 만드는 대화의 기술도 적용된다.



6. 퍼실리테이션의 효과


위 다섯 가지의 방법을 적용하여 회의 또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경우, 퍼실리테이션의 세 가지 효과인 창의, 열정, 협력을 만들어내게 된다.


평소의 생각보다 깊이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 참여자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적 사고력을 발휘하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더하여 의견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환경이 제공됨으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제3의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평소의 회의에서 찾기 어려웠던 창의성이 발휘된다.


회의가 권력자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견이 동등하게 다루어짐으로서 참여자는 자신의 의견이 결정에 반영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로써 참여자는 타인의 결정에 따른 수동적인 실행자가 아니라 자신이 시도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일에 대한 열정을 지니게 된다.


퍼실리테이션 회의 또는 워크숍의 결정은 다수결 보다는 합의에 의해 결정하게 함으로써 승자와 패자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의견이 승리를 거두게 됨으로서 참여자들은 그 결정의 실행에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 합의의 과정은 바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므로 잠재해 있던 또는 이미 드러나 있던 갈등이 해결되고 서로 협력하게 된다.



7. 적용 영역


퍼실리테이션이 적용되는 영역은 곰 잡는 일처럼 그룹(집단)이 있는 모든 곳이다.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은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할 때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고자 할 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할 때  

실행에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할 때  

학습과정에 참여와 주도성을 높일 때

등이다.


실제 업무 단위로는

신재품 개발,

정책 개발,

새로운 서비스 개발,

신기술 개발,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

성과 평가 방법의 개발,

CSF 및 KPI 개발,  

비전 만들기,

미션 만들기,

전략 도출,

마케팅 전략 수립,

슬로건 핵심 가치 도출,

과제 도출  업무 분장,

문제 해결  부서간 갈등 해결,

직원 간 갈등 해결,

집단 민원 또는 분쟁의 해결  

등을 들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내재적 동기, 임파워먼트, 주인의식 등이 작동하고 높은 효과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직 개발과 공동체 개발이 주된 적용 영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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