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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Jan 18. 2021

의견의 탄생과 집단 의사결정

퍼실리테이션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

태양은 빛을 발하고, 열을 방출한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밝음을 감지하고, 열기를 느낀다. 바람은 소리를 만들고, 힘을 작동시킨다. 꽃은 향기를 내뿜고, 시선을 끌어들인다. 


존재자들은 다른 존재자와 다양하게 관계한다. 햇빛을 받아 꽃을 피우기도 하고, 얼음은 녹아 물이 되기도 한다. 흐르는 물은 모래를 나르고, 물고기의 터전이 되어준다.



이처럼 존재자들 사이의 관계는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영향은 상대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성질이다. 이러한 관계는 존재자의 어떤 성질의 방출과 그 성질에 대한 다른 존재자의 감지로 이루어진다. 방출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거나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물리학에서는 말한다.


태양이라는 존재자는 어떤 성질를 내보냈고, 인간이라는 존재자는 자신의 감각 기관으로 도달한 것의 일부를 감지한다. 빛은 눈으로 감지하고, 열은 피부로 감지한다. 자외선은 온몸으로 감지했으리라. 그리고 더 내보낸 어떤 성질은 있더라도 인간이 감지하지 못한다. 설사 감지했더라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은 철학의 오래된 존재론과 인식론의 영역이며, 물리학, 사회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으로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감지한 신호 (입자 또는 파동) 중의 일부를 데이터로 저장한다. 다른 생명체들도 그러하지만 이 데이터 저장과 처리에 있어서 인간은 탁월하다. 이 데이터 중에서 유용한 것, 즉 생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정보로 인식한다. 즉, 데이터 중에서 유용한 것,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정보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선택적으로 지각한다. 





인간 밖의 신호, 감지, 지각, 인식, 유용성 판단, 선택적 감지, 재인식, 저장, 저장한 것의 인출, 의견의 형성과 같은 정신 작용은 매우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그 순서를 뚜렷하게 확정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순환하기도 하고, 통합적이며, 직관적이거나 무의식에서 동작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순차적이든, 순환적이든, 통합적이든, 무의식이든 상관없이 감지한 정보를 저장하고 그 것을 인출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은 생명에 유리한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그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입증한다. 인간의 합리성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절대적인 노력이다. 의견은 생명이다.


‘눈이 오면 동굴에서 나와 밖에 나가지 않은 것이 생명에 유리하다.’라는 가설을 세운다.


눈길에서 얼어 죽은 동족을 보면서 저 가설은 합리성을 보탠다. 즉 옳음 또는 진리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옷을 두텁게 입고 나갔다가 살아돌아오는 종족을 발견하면 가설을 진전시킨다.



‘눈이 오더라도 옷을 두텁게 입고 나가면 생명 유지에 지장이 없다.’


이는 수단과 목적, 원인과 결과로 정렬된다. 


‘두꺼운 옷을 입는 수단을 쓰면, 생명을 유지하는 목적을 이룬다.’

‘두꺼운 옷을 입는 원인은 생명 유지의 결과를 만든다.’


논의는 바로 이러한 의견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의견이라는 어떤 사람의 진리의 주장이 다른 사람의 주장과 같은 지 다른 지, 다르다면 어느 것이 더 논리적인지, 더 견고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핀다.


증거와 논리를 가지고 검증할 수 있는 지 없는 지도 살핀다. 검증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논의의 대상이다. 


이처럼 인류는 논의 결과 타당하다고 입증된 지식(justified true belief)을 축적하고 후대에 전수해왔다. 그리고 지식은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서 각광을 받았다. 지식은 인류의 효율을 높이고, 생존의 가능성을 높였다. 


출처 : 스탠포드대 철학사전 : https://plato.stanford.edu/entries/knowledge-analysis/



물론 그 지식은 반례의 발견과 새로운 합리성의 도전으로 인하여 기각되고,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반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래서 항상 잠정적이다. 


반증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지식이 쓸모 없지 않다. 새로운 지식 어쩌면 진리가 보다 최선의 지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까지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생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어떤 가설이나 견해가 하나의 지식으로 인정받으려면, 학계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동의 절차를 한 번 거치고 나면 매번 다시 검증하지 않아도 보다 안심하고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 사는 삶에서 개인의 지식이나 의견은 집단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타인이 아직 알지 못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 서로 상반되는 지식을 제시하는 경우 집단의 선택을 필요로 한다. 이 때 선택은 제시된 것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제시된 것 의견 중에서 모두에게 모든 면에서 타당한 것이 있다면 그 것을 기꺼이 선택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제시된 의견들이 부분적으로만 타당하거나, 타당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여러 의견을 결합하고 통합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선택의 결과가 집단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집단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의견은 집단 의사결정으로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개인의 생명의 유리함을 증진한다.


퍼실리테이션은 바로 이 지점에서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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