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모더레이션을 잘 하려면
요즘 클럽하우스로 핫하다.
클럽하우스에서 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경험하고 있는 시절이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에는 유능한 모더레이터가 있다. 모더레이터가 하는 일이 무엇이길래? 왜 어느 방은 더 재미있고, 어느 방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는가?
여러 사람이 대화하는 회의에서 진행자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는 데에도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문제를 해결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더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의 차이가 궁금하다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고, 두 역할의 차이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Moderator는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다보면 간혹 주제를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생겨나는데, 이 때 삼천포에서 되돌아오도록 누군가 개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 이제 우리의 주제로 좀 더 집중해 볼까요?'
라고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논의가 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완화해 주게 된다.
'발언 시간을 2분 내외로 정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발언자가 자기도 모르게 매우 길게 발언하여 청중에게 지루함을 유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언급이다.
바로 모더레이터가 하는 일이다.
Facilitaor는 대화가 보다 쉬워지도록 함으로써 집단이 결과를 얻도록 북돋우는 사람이다. 자연스런 대화의 흐름을 넘어서는 대화의 진전을 만들어낸다. 그냥 두었을 때가 보다 일이 더 잘 되도록 하는 개입의 정도가 모더레이터보다 심하다.
논점을 짚어내는 질문을 던지므로써 이해 당사자들이 대립하는 이슈를 쉽게 풀어가도록 돕는다.
모더레이터는 대화 참여자의 의견을 모으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사고의 진전이 일어나는 것은 청중 또는 토론자 개개인의 몫이다. 토론자가 청중이 타인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다. 참여자 집단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 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명목적 집단(nominal group)의 성격을 지닌다.
퍼실리테이터는 집단의 문제(기대와 현실의 격차)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러므로 모종의 결론이나 결정을 내리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결정은 각자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논의에 참여한 집단(개인의 집합이 아닌)의 결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갈등(의견의 불일치)의 해결 과정을 포함한다.
이 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실질적 집단(interacting group)의 성격을 지닌다.
발언자를 지정하거나, 발언의 순서를 메기거나, 발언의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모더레이터나 퍼실리테이터 모두 사용하는 개입 방식이다.
그러나, 모더레이터는 자신의 전문성을 조금 제시하는 것이 허용되거나 권장된다. 흔히 볼 수 있는 패널 토론에서 좌장이 토론자의 발언에 코멘트를 달기도 하는데, 이 장면이 전문성을 제시하는 장면이다. 이 때 좌장이 바로 모더레이터이다.
퍼실리테이터는 논의가 집단의 문제 해결, 즉 해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해 가는 데 집중한다. 그러므로 참여자들의 발언 하나 하나를 들으면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의된 지점과 의견이 갈리는 지점을 파악한다. 그리하여 갈리는 지점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하고 기록한다.
이 때 다루어지는 내용에 대한 전문성(expertise)나 내용(content)을 퍼실리테이터는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더레이터는 일반적으로 발언자에게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거나, 정해진 주제를 넘어서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로 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퍼실리테이터는 논의의 핵심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그 것이 결론을 내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정교한 개입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모더레이터는 주로 발언과 시계, 메모지 정도의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는 복잡한 논점을 해결하여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여야 하므로, 논점들이 잘 정리되도록 다양한 도구(점착메모지, 차트, 브레인스토밍, 연관도, 프로세스 매핑 등 다수)를 사용한다.
모더레이션이 적용되는 그룹은 토론자와 청중이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론자의 대화 과정을 통하여 청충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자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청중없이 문제 해결의 당사자들이 참여한다. 예외적으로 문제 해결의 대표 참여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장면을 이해당사자가 참관하고 필요에 따라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모더레이터는 일반적으로 10 이내의 소그룹을 대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퍼실리테이터는 1,000명 이상의 대규모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상 모더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의 차이점을 살펴 보았다. 회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외관상 매우 비슷한 점이 있고, 영어권 국가에서 모더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를 혼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그 개념의 구분이 더욱 불분명해진 면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모더레이터와 퍼실리테이터의 전문성은 갈등해결 과정의 포함되어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 다르다.
모더레이터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이해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퍼실리테이터는 수년간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수준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느냐의 여부에서 비롯된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퍼실리테이터가 더 우수하고, 모더레이터가 덜 우수하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클럽하우스에서 경험하듯이 유능한 모더레이터는 청중에게 커다란 인사이트와 사고의 확산을 만들어내는 장을 만들어 준다.
마지막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생활세계에서는 모더레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실제로는 퍼실리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있고, 퍼실리테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모더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만,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경우에는 퍼실리테이션을 사용하고, 모더레이션이 필요한 경우에는 모더레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란 이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참고 영상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pQcfMBBI_0cPg1V4oHWx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