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연하는 조직, '쿠퍼 콘퍼런스 - OD'에 부쳐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
정부, 기업, 조합, 공동체 모두 문화를 바꾸어 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조직개발(OD, organization development) 또는 공동체 개발(CD, community development)*이라는 인식은 크지 않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곧 조직개발을 뜻한다. 이는 인적자원개발의 영역이기 보다는 조직개발의 영역이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조직개발이라는 인식이 많아져야 실제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조직이 사람으로 구성된 것은 맞지만, 단지 사람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라는 개체와 함께 그 연결로 인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다루어야 문화를 바꿀 수 있다.
조직문화의 개선에 관한 욕구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조직개발을 소홀히 다루게 된 데는 조직개발에 관한 우리나라의 학술적, 실무적 상황과 커다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인을 잘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직개발과 달리 인적자원개발(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 또는 대학원 과정은 무수히 많다. 교육학과, 심리학과, 경영학과 등에서 교육, 인적자원개발, 인재개발, 경력개발, 평생교육, 산업교육, 기업교육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학사, 석사 프로그램이 제공하고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 졸업생들은 여러 조직에 취업하여 HRDer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의 고등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조직개발이라는 개념을 약간 다루긴 하지만 한 과목 또는 한 장(chapter) 정도로 다루게 되어 HRer의 기억에 크게 자리잡지 않고 있다.
또한 기업 또는 공공기간 마다 인재개발을 위한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의 이름은 대체로 인재개발원, 인재원, 연수원으로써 개인 또는 인재 개발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부 조직개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들어 기업 내 조직문화실, 조직개발팀 등의 부서들이 신설되면서 조직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HRD의 학문적 기반을 가지고 HRD분야에서 오랜동안 일해 온 직원들이 그 자리에 배치되면서 OD의 이슈를 HRD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나오는 조직문화의 개선 방법들이 대부분 구성원 교육에 치중되고 있는 편이다.
교육을 받은 구성원들은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 또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좌절을 겪는다. 물론 어떤 구성원이 커다란 의지를 가지고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개인 차원의 전략을 시도를 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실제로 조직문화가 바뀌어 갈 것이다. 불행인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의지난 역량을 향상시키되 그 것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조직차원'의 시도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시도를 조직개발이라고 부른다.
인사조직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조직 내의 분파주의(silo)를 없애고 서로 협력적으로 일하는 벽없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관리(HRM, human resource management)는 HRD와의 협력에 약하다. 조직의 규모가 작아서 양자를 한 곳에서 다루는 곳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서 이 둘이 분리되기 시작하면 서로 협력하거나 통합적으로 조직개발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HRM의 주요 이슈는 채용, 승진, 배치전환, 성과평가, 임금보상 체계, 조직개편 등이다. 주로 유지 관리 업무로서 발전 개선에 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제도 운영에 보다 몰입할 뿐 조직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관심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승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특징으로 인하여 대부분 권력부서로서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과 상대하여 동등한 위치에서 깊은 논의를 시도하는 것을 꺼린다.
조직은 미션, 비전, 전략, 기능, 구조, 하위 시스템(의사결정, 성과관리, 품질관리, 보상, 인사 등), 인적자원, 상징, 역사 등을 지니고 있다. 조직을 개발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울려서 작동하여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잘 어울리게 하려면 구성원들이 미션, 비전, 전략, 기능, 구조, 하위 시스템, 인적자원, 상징, 역사를 정의하고 만들어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조직이 수직적이라는 것은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조직이 수평적이라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참여란 의사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의사결정 회의에 형식적으로 출석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수직적인 경우 결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일하게 하려면 외재적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외재적 보상을 주려면 성과(기여도)를 측정해야 하고, 그 측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하여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리더들의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역량에 기반한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므로 자발성이 높아지고 내재적 동기에 의해 일을 하게 된다(참고 : self-determination theory).
스스로의 보람으로 일을 할 수 있으므로 보상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진다. 즉 보상에 연연하는 점이 작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결과는 놀랍게도 반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자발성을 가지고 일하므로 성과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상도 높아질 수 있다. 이 때 보상은 개인에 대한 정밀한 보상이기 보다는 팀이나 조직 전체를 보상하는 매커니즘을 채택하게 된다.
(이 동기와 보상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는 책 한 권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조직개발은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돈을 받는 만큼 일하면 된다'에서 '일은 즐겁고 자아실현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보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의 신념과 가치관이 생기도록 시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조직은 성과를 내고, 개인은 웰빙을 동시에 얻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이 개인의 고통의 결과가 아니라 즐거운 자아실현의 결과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개인차원의 역량강화 만이 아니라, 조직차원의 상징, 시스템, 전략, 구조 등의 유기적 작용을 높이는 역량강화를 필요로 한다.
의사결정이 상층부에 몰리는 것은 구성원들이 현명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열심히 인적자원개발을 했지만 아직도 의사결정을 할만큰 충분한 역량이 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언제까지 교육만 하고 의사결정 권한은 여전히 상층부에서 움켜쥐고 있을 것인가?
의사결정이 상층부에 몰리는 것은 구성원들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기 보다는 개인에 편의를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는 불신과 두려움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어서 조직에 손해를 끼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할 것이라는 불신의 산물이다. 구성원들이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직의 이익이 있어야 자신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만큼 훌륭하다. 심지어 자신의 희생해서 조직이 하는 일을 도우려는 마음마저 지니고 있다. 진정한 보람은 스스로 무언가 배풀었을 때 얻게 되므로 보람을 찾는 본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구성원은 조직에 진정한 기여를 하고 싶어한다. 조직에게 배신당할까봐 걱정하고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조직개발은 이러한 선순환의 원리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이 선순환은 통제만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통제의 방향을 신뢰의 방향으로 전환할 때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통제 위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왔던 것은 신뢰 위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조직개발의 열쇠가 있다.
그러므로 조직개발은 아웃도어 프로그램, 이벤트성 팀빌딩, 솔루션 제공형 컨설팅, 단편적인 외형적 시도(컴퓨터 전원차단, 반바지 입기, 직급체계 축소, 별명 부르기, 캔미팅, 삼겹살 데이 등), 리더십 교육, 코칭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1. 경영진, HRD, HRM, 조직문화, 전략기획, 윤리(핵심가치)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협업의 출발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직개발에 관하여 심도있는 논의하는 것이다. 기대하는 문화가 무엇이고, 선언하고 있는 가치와 전략 및 실무가 잘 정렬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어긋난 것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지에 대하여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2. 철학과 인간관에 대한 점검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선언된 조직의 철학과 가치관은 멋지고 훌륭하다. 그러나 실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현실적인 이익과 부딪칠 때 사람들은 갈등한다. 당장의 이익과 조직에서 선언하고 있는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대대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구성원들이 자발성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어렵게 된다.
3. 미션, 비전, 전략, 기능과 구조의 연계를 이루어야 한다.
바쁜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조직 전체 차원에서 미션, 비전, 전략, 기능과 구조의 연계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느 덧 미션, 비전, 전략 등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기능과 구조를 그대로 보유한 채 고군분투하게 된다. 관련된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에 관하여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역량 강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연계를 실현해야 한다.
4. 의사결정 구조를 합의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필수로 수반되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여러 부서와 관련되 구성원 참여하는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지금까지의 한국 조직은 대부분 회의는 회의로 끝나고, 회사의 정책은 다시 보고서를 만들어 상층부의 결정에 따라 시행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구성원의 자발성을 헤친다. 희의에서 결정하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때 참여자의 목소리는 직급에 관계없이 개진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문화에서 이를 실현하기가 어려우므로 전문 퍼실리테이터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조직 내에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부족하므로 회의가 부실해지고, 회의가 부실하므로 현명한 결정(informed decision)이 어렵고, 결정에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니 자발성과 주인의식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5. 성과보상 시스템은 조직문화의 선행요인이다.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여 보상하면 개인주의 문화가 생겨난다. 팀의 성과를 측정하여 보상하면 팀주의 문화가 생겨난다. 측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불만족을 느낀다. 기여도와 보상이 비례하지 않으면 불만족을 느낀다. 1년 단위의 단기 성과에 따라 보상하면 구성원들은 단기 성과를 올리는 일에 집중하는 문화를 만든다. 그러므로 기대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이에 걸맞는 성과보상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페퍼와 서튼 교수는 일찍이 그의 증거기반경영이라는 논문(https://hbr.org/2006/01/evidence-based-management)에서 S,A,B,C 강제할당식 성과보상 시스템은 S를 받은 상위 20%에게 상을 주고, 나머지 80%에게 벌을 주면서(나머지는 벌을 받은 것으로 느낌)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는 바보스런 제도라고 혹평한 바가 있다.
조직이 아주 안정된 환경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곳이라면 관료제 조직과 의사결정 권한이 상층부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생각할 겨를이 없는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도 한 사람의 빠른 결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양 극단이 아닌 대부분의 오늘날 경영 환경은 빠른 변화 속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하되 조직 내에서의 유기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션, 비전, 전략과 같은 조직 전체 차원의 방향이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잘 자리잡혀 있을 때, 현장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걸맞는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른 부서와 쉽게 협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는 참여를 통하여 상징, 역사, 미션, 비전, 전략, 기능, 구조, 하위 시스템(의사결정, 성과관리, 품질관리, 보상, 인사 등) 개선해 나가는 것이 조직개발이다. 이를 이루고 나면 구성원들은 각자 주인이 되어 협연의 연주자처럼 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최선의 결과는 Jazzy Organization이 될 것이다.
구기욱 CPF
*공동체 개발은 조직개발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두 용어를 매번 쓰는 것이 중복적이어 모두에 한 번만 사용하고 이후 내용에서 언급하는 조직개발은 대부분 공동체 개발을 포함하는 말로 보아도 무방하다.
참고 사이트
OD Network : http://www.odnetwork.org/
2018 쿠퍼 콘퍼런스 - 조직개발 : https://goo.gl/PULjXG
HRD 특강 - 'HRD와 조직을 잇다' : http://www.koofa.kr/sub/lecture/lecture_view.asp?idx=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