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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May 20. 2024

조직 생활에서의 대화적 지혜

Barge와 Little의 논문요약, 명사적 대화에서 부사적 대화로

관계의 기본은 대화(dialogue)이다.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가 제시한 상호학습 대화의 방법(inquiry<탐구>와 advocacy<주장>의 균형) 살고 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관계의 질을 높이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좋은 것에 교조적으로 빠져들면 문제를 일이킨다. 지혜롭게 대화하는 방법 역시 그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있어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였다.



<초록 번역>

조직 대화는 전통적으로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작업을 바탕으로 한 MIT 학습 조직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그 결과, 대화는 일상적인 경영 실무와는 분리된 "비정상적인" 담론 형태로 간주되며, 조직이 위기에 처하고 2차 학습에 참여해야 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작업에 기반한 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Bakhtin의 관점에서 대화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실행을 본질적으로 대화적인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Bakhtin의 대화 개념을 탐구하고, 조직 생활에서 의사소통 실천을 안내할 수 있는 일련의 대화적 감수성을 제안한다.




<조직 내 대화의 전통적 관점>


역사적으로, 조직 내 대화는 위기 상황에서 2차 수준의 학습(암묵적 가정과 사용이론의 검증)을 요구하는 "비정상적인(abnormal)" 담론 형태로 간주되었다.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는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David Bohm의 작업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복잡한 시스템 현실을 해결하려면 조직 행동을 이끄는 암묵적인 가정을 밝혀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구조화된 특별한 대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대화는 일반적인 관리방식과는 다른 경청, 판단 유보, 의견 표명 등의 특정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흐친의 관점>



대화를 인간이 복잡한 시스템 현실을 마스터하기 위해 집단적 사고를 향상시키는 특별한 유형의 대화 에피소드로 보는 대신, 우리는 대화를 언어 도구를 개선하고 대화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본다. 대화는 집단 전체의 사고를 개선하는 것과 관련된 실천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풍부하고 질감 있는 연결을 만드는 관계적 실천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모든 의사소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발생하며, 반응적이기 때문에 대화는 특정한 대화 에피소드가 아니라 일상적인 조직 생활의 일부가 된다. Bakhtin에 의존하여, 우리는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내재된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존중하는 대화적 지혜(dialogic wisdom)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을 채택하면, 대화는 문제와 이슈를 사고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타인과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 된다. (Barge & Little 2002, 376~377)



Barge와 Little은 MIT의 프로젝트의 에피소드적 대화 관점에서 벗어나 Bakhtin의 철학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 관행을 본질적으로 대화적이라고 보는 관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에피소드적 대화 관점이란 대화를 일련의 연속적인 에피소드로 보는 접근법이다. 이는 대화가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의 상호 연결된 사건으로 구성된다는 개념이므로, 이 연속선 상에서 대화를 파악하고 다루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바흐친의 관점에서는 대화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호작용에 내재된 연속적이고 관계적인 실천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존중하는 대화 내에서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대화적 지혜를 개발하도록 장려한다.


거칠게 보면 대화를 문제해결과정인 일로 볼 것이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삶으로 볼 것이냐의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다.



<대화적 지혜의 주요 요소>


1. 관계적 실천으로서의 대화


전통적인 관점에서 대화는 전체의 집단적 사고(collective thinking)를 위한 도구로 간주되지만, 바흐친의 접근 방식에서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본다. 이는 언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과 타인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Barge & Little 2002, p. 385.

삶과 일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에서는 양자의 대화관을 모두 존중하고 결합하여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느 하나가 전적으로 옳다고 보는 경우 함정에 빠지기 쉽다.



2. 대화의 조정 및 위치 설정


효과적인 대화는 각 참여자의 발언이 전체 대화의 패턴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대화 당사자들의 말의 오고감이라는  움직임을 포함한다. 이러한 조정 과정은 관계 역학을 이해하고 단일성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응답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We must be able to “follow” others in our talk entwined activities, and also, act and speak in ways that they can also “follow.”(Shotter 2000, p.120)


바넷 피어스(Barnett Pearce 1994)는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대화를 전체로 보고, 각 부분 간의 관계와 새로이 나타나는 특성들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 25)고 지적한다.




3. 통합성, 독창성 및 창발에 대한 감수성 개발 


타인의 발화(construction of utterances)를 "따르는" 것과 자기 발화를 타인이 "따라 가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독특한 사회 역사적 맥락에 조율을 거듭하며 발전한다. 바흐친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일상 생활을 구성하는 고유한 순간에 참여해야 하며, “한 번에 발생하는 고유성이나 독특성은 생각될 수 없고, 오직 지속적인 참여(대화)의 과정에서 경험되거나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전체성(Wholeness)에 대한 감수성 : 발화와 맥락의 상호 연관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요소를 일관된 전체로 연결하는 내러티브 형식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독창성(Uniqueness)에 대한 감수성 : 각 대화 순간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창발(Emergence)에 대한 감수성 : 대화 내에서 새로운 의미와 방향이 나타나는 가능성에 환영하는 것이다. 


바흐친이 말한 heteroglossia(이질 언어성 또는 다성성)의 개념을 염두에 두면서 다양한 사회적 계층, 집단, 그리고 개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적 스타일과 관점들이 공존 속에서 새로움이 나오는 것을 열어두는 것이다.



<실질적인 적용>


바흐친의 대화적 지혜를 조직 생활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질적인 단계가 필요하다 

대화적 감각 훈련: 조직 구성원들에게 대화 기술뿐만 아니라 통합성, 독창성, 창발에 대한 감각을 개발하도록 훈련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위한 안전한 공간 마련: 대화를 특별한 세션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장려하여 조직 문화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만든다.


성찰적 탐구 장려: 자신의 가정과 타인의 가정을 성찰하고 탐구할 수 있는 습관을 촉진하여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 환경을 조성한다.


필자는 이런 실질적인 실천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유로 리더들의 퍼실리테이션 스킬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아직 문화로 정착되지 않은 현실 상황을 볼 때, 대화를 돕는 제3자인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전문적으로 퍼실리테이션 역량 즉 삼자력을 길러 실천적 대화를 도우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론>


Barge와 Little (2002)의 연구는 조직 환경에서 대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바흐친의 관점을 채택함으로써, 우리는 의사소통에 대한 보다 통합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는 조직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대화적 지혜를 수용하는 것은 모든 대화가 변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 간의 더 깊은 연결과 이해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주요 참고문헌


Bakhtin, M. M. (1993). Toward a philosophy of the act.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Barge, J. K., & Little, M. (2002). Dialogical wisdom, communicative practice, and organizational life. Communication Theory, 12(4), 375-397.


Pearce, W. B. (1994). Interpersonal communication: Making social worlds. New York: HarperCollins.


Shotter, J. (2000). Inside dialogical realities: From an abstract-systematic to a participatory-wholistic understanding of communication. Southern Communication Journal, 65, 11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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