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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9. 2022

[Day16] 457 단상 in London

생애 첫 하우스 파티 

2022.07.16 

오늘은 처음으로 하우스 파티에 초대받았다. 전날 meet up에서 만난 사람 중 영국교포 2세가 있었는데 당일 유독 나랑 말이 잘 통하더니 결국 자신의 집 파티에까지 날 초대한 것! 


본인이 원치 않아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그냥 K라고 하자), 영국 공무원인 K는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이도 비슷하고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으며 애 없이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점도 나와 같았다. (나는 개, K는 토끼). K의 아내는 중국인으로 영국에서 나고 자란 영국국적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BBC (British Born Chinese)라고 한다나. 


여하튼 생애 첫 하우스 파티인지라 겁도 좀 나고 괜히 뻘줌할 것 같아 현우를 데리고 K의 집으로 향했다. K의 집은 런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뒷뜰이 딸린 전형적인 영국 가정집이었다. 도착해보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먼저 와서 식사와 술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양인 부부이다 보니 동양계 교포들이 많았고, 헝가리인과 앵글로색슨 영국인도 있었다. 

K의 집 뒷뜰. 사실 사진의 2배가 넘는 인원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지라 한 번에 담아내기가 힘들었다. 

처음엔 (매우 예상했던대로) 뻘쭘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보통 어디서 왔느냐, 뭐하는 사람이냐, K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냐로 시작해 갑자기 자기들끼리 내 영어를 가르치는 분위기가 되더니 (이럴 땐 이런 표현이 더 좋다느니 막 토론하면서..ㅋㅋㅋ), 또 갑자기 대뜸 아시아 대중문화에 대한 얘기를 심각하게 하다가, 하여튼 대중없는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몇 시간 째 가만히 앉아서 얘기만 하는데도 그다지 지루하지가 않았다. 자리가 계속 로테이션 되니까 새로운 사람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내 입장에서는 이만한 영어회화 훈련이 어딨겠나 싶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과 함께 마셨던 맥주와 물처럼 마셔댔던 핌즈 칵테일이 알딸딸하게 올라왔다. 선선한 영국의 여름밤 날씨에 적당한 취기, 코지한 음악이 어울어지니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고, 남은 사람들도 각자 저마다의 취기에 젖어서 대화가 뜨문 뜨문해질 때 쯤 우리도 집으로 향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정도로 어스룩해졌다면 최소 10시 이후다. 

좀 신기했던 건 딱히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진 않는다는 점. 한국에선 별로 연락을 안할 것 같아도 의무적으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게 일종의 매너였는데, 여긴 그냥 "Next time!"이라 인사하며 쿨하게 한 번 허그하고 끝이다. 정말 다음에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인지, 아니면 파티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 인연으로 노는 것인지. 


정말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도 몇몇 있었기에 약간 아쉽기도 했다. 이젠 정말 찾아올지 어떨지 모를 그 "Next time"을 마냥 기다릴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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