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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21. 2022

[Day17] 457 단상 in London

영국엔 여우가 산다

2022.07.17

몰랐다. 영국에 이토록 많은 여우가 사는 줄은. 놀라서 묻는 내게 '몰랐어?' 하며 태연히 되묻는 영국인들. 당연히 몰랐지... 아니, 상상도 못 했지!


자정을 살짝 넘겼을까? 쓰레기 봉지를 내다 버리러 플랏 건물 뒷골목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1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떠돌이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주둥이가 길고 꼬리가 도톰한 녀석.  그저 '  여우처럼 생겼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긴 개도 많으니까. 그러나 점점 다가서는  보고 흠칫 놀라 폴짝 도망가는 녀석의 뜀박질을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것이 절대로 개가 아님을. (개의 무브먼트가 아니다. 차라리 고양이에 가깝다).

생긴건 왼쪽처럼 생겼는데 놀라면 오른쪽처럼 펄떡 뛰어 도망간다. 누가봐도 개가 아니다.


그것이 나와 여우의 첫 조우. 나중에야 알았지만 영국에는 여우가 많다고 한다. 마치 전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고라니가 우리나라에는 차고 넘치는 것처럼. 하지만 고라니와 달리 그들은 도심을 유유히 돌아댕긴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으로 치면 공덕 정도 되는 곳이다. 도심 of 도심). 그래도 겁이 많아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딱 저렇게 돌아다닌다. 세렝게티도 아니고 런던 도시 한복판에 무슨 도둑고양이들처럼. 이질적인 풍경이다. (사진 - 조선일보)


듣고 보니 너무나도 흥미로운 일! 이거 완전 사파리 월드잖아?! 이번엔 다시 녀석을 만나길 기대하며 카메라 어플을 켜고 골목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찍으려고 하니 귀신같이 알고 자취를 감춘 녀석. 30분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여우 촬영은 실패다. 이번에는 집에 고프로를 설치해 여우 상습 출몰지역을 CCTV처럼 비춰봤다.


하지만 또 어찌 알고 종적을 완전히 감춘 녀석. '여우 같은 놈'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이었어. 생각 없이 내다보면 불쑥불쑥 나타나던 녀석이 카메라만 들었다 하면 오리무중이다. 언젠간 녀석의 귀여운 자태를 꼭 업로드할 수 있길...(런던 여우야,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  

한 번은 찍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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