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찾아온 폭염
2022.07.18
런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사실 '더워졌다' 따위의 표현은 조금 모자라다. 최고 온도가 40도를 찍어버렸으니까. 무려 기존 최고기록을 갱신했다나. 더 큰 문제는 영국이 더위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원래 영국은 더운 나라가 아니다. 한여름에도 낮에만 조금 덥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실제 내가 영국에 처음 도착했던 6월 28일엔 한낮에도 긴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 날씨를 생각하고 입고온 내 반팔이 꽤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영국에선 에어컨을 찾기 힘들다.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은행에도 에어컨 없다. 가정집은 말할 것도 없다. 영국은 겨울이 혹독하기 때문에 가정집들은 오히려 단열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당연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실제 영국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거실 쇼파에 누워 있는데도 뙤양볕 아래 얼음처럼 내 몸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기댈 것이라곤 나사 빠진 고물 서큘레이터와 지난 촬영 알바 때 받은 아이스팩이 전부. 참다 못해 아마존에서 선풍기를 검색해보니 죄다 품절이다. 영국 애들도 꽤나 놀란 모양. 실제 선풍기 뿐만 아니라 마트의 물과 얼음도 모조리 동이 나버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재앙이다.
문명을 배우러 온 나는 그저 대자연 앞서의 인간의 무기력함에 대해 먼저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