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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24. 2022

[Day18] 457 단상 in London

런던에 찾아온 폭염 

2022.07.18 

런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사실 '더워졌다' 따위의 표현은 조금 모자라다. 최고 온도가 40도를 찍어버렸으니까. 무려 기존 최고기록을 갱신했다나. 더 큰 문제는 영국이 더위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시뻘건 불지옥이 펼쳐진 영국. 캐스터도 상당히 녹아내린 느낌이다. (출처-BBC)


원래 영국은 더운 나라가 아니다. 한여름에도 낮에만 조금 덥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실제 내가 영국에 처음 도착했던 6월 28일엔 한낮에도 긴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 날씨를 생각하고 입고온 내 반팔이 꽤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영국에선 에어컨을 찾기 힘들다.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은행에도 에어컨 없다. 가정집은 말할 것도 없다. 영국은 겨울이 혹독하기 때문에 가정집들은 오히려 단열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당연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좌석 뒤의 저 구멍에서 뭔가 미지근한 바람이 나올 때도 있다. 에어컨이 아니라 환풍기이지 싶다. 물론 더위를 식히는데는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실제 영국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거실 쇼파에 누워 있는데도 뙤양볕 아래 얼음처럼 내 몸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기댈 것이라곤 나사 빠진 고물 서큘레이터와 지난 촬영 알바 때 받은 아이스팩이 전부. 참다 못해 아마존에서 선풍기를 검색해보니 죄다 품절이다. 영국 애들도 꽤나 놀란 모양. 실제 선풍기 뿐만 아니라 마트의 물과 얼음도 모조리 동이 나버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재앙이다. 


문명을 배우러 온 나는 그저 대자연 앞서의 인간의 무기력함에 대해 먼저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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