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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24. 2022

[Day19] 457 단상 in London

폭염을 뚫고 준비한 첫 하우스 파티 

2022.07.19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웠다. 어제의 기온 신기록을 다시 갱신해버린 말도 안 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꼭 해야할 일이 있었다. 지난 번 나를 하우스 파티에 초대해준 K씨 부부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 기왕 집에서 요리하기로 한 거, 현우의 지인 부부도 불러 하우스 파티를 하자고 아예 판을 벌려버렸다. 


물론 파티야 저녁에 하니까 덜 덥겠지만, 문제는 모든 준비를 낮에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메인 쉐프인 현우와 함께 워털루에 있는 한국마트으로 향했다. 무려 푹푹 찌는 지하철을 타고.(당연히 에어컨 없음).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시계처럼 녹아내리고 있는 듯 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현우 쉐프. 목에 걸고 있는 것은 지난 촬영 알바 때 받은 아이스팩이다. 유일한 피서 수단. 


워털루의 한국마트 Oseyo(오세요)에 들어서니 놀랍게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정말 뭘 좀 아는 사장님이다. 여름에 에어컨 때문에 오돌오돌 떠는 것이 진정한 K-마트 아니겠는가! 간만의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한숨 식힌 나는 현우가 재료를 고를 동안 마트 곳곳을 구경했다. 한국제품이 '수입품'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엄청나게 비쌀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가격들이었다. 신라면 기준 편의점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 물론 제품에 따라 어처구니없게 비싼 것들도 있다. 예컨대 마스크팩은 하나에 3천원을 부르더라. (차라리 오이를 깎아 붙이고 만다). 

오세요 마트에선 어지간한 한국 제품은 다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시원하다. 


모든 재료를 구해 살점이 녹아내리기 직전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우리는 이 악물고 보쌈, 떡볶이, 전,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요리따위는 할 줄 모르는 금치산자이기 때문에 주로 다된 요리가 냄비에 눌러 붙지 않게 젓거나, 계란을 삶는 일 따위를 했지만 말이다. 

요리하는 현쉐프. 난 주로 "현우야, 간이 안 맞다"등의 멘트를 맡았다. 

6시가 되자 손님들이 속속들이 도착했고, 넓었던 집 거실이 북적해졌다. 교포인 K씨도, 그의 아내인 중국인 메이도, 현우의 지인인 영국인-한국인 부부도 모두 오랜만에 즐기는 제대로 된 K-음식에 연신 엄지를 치켜들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더웠지만 뿌듯했던 저녁. 


그렇게 파티는 성황리에 마무리 됐지만 설거지는 늘 남은 자의 몫이다. 요리를 일임한 현우에게 미안해 설거지는 내가 하겠노라 자처했고, 덕분에 난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하우스 파티는 역시 게스트로 가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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