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24. 2022

[Day20] 457 단상 in London

처음으로 입장한 도서관 

2022.07.20 

학교에서 미리 안내했던대로 오늘부터 도서관 출입이 가능해졌다. 입학 전부터 외국인들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해왔던 나. 딱히 공부할 거리도 없었지만 굳이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겠다고 드릉드릉 시동을 걸고 있었다. 


런던정경대 LSE는 태생부터 사회과학에만 모든 역량을 몰빵한 대학답게 세계 최고의 사회과학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아예 도서관 이름 자체가 영국 정치경제 도서관이다. 학교 뽕 제대로 차오르는 순간이다. (정말 the largest library in the world devoted to the social science라고 위키백과에 적혀있음). 

위키백과피셜 세계 최고의 social science 도서관 (설마 LSE 관계자가 작성한 글은 아니겠지?)


그토록 넘고 싶었던 출입 게이트를 당당히 통과한 나. 사진으로만 보던 LSE 도서관의 명물 나선형 계단에 눈이 돌아가버린다. 정작 LSE 학생들 사이에선 굉장히 비효율적인 공간활용이라며 조롱을 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치사량 이상의 LSE뽕을 맞아버린 나, 그딴 이성적인 분석 따윈 개나 줘버린다. 잘 작동되는 엘레베이터를 두고 일부러 나선계단을 따라 꼭대기로 오른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공간 활용도는 구리긴 하다. 


매 층마다 다양한 콘셉의 열람실과 책들이 있었고, 열람실에서 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모인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감격스레 구경했다. 


그들 사이에 섞여 앉은 나, 조심스레 맥북을 꺼내든다. 책상마다 마련된 콘센트에 또 한 번 감격하며 충전기를 꽂아보려 하지만, 아뿔싸 돼지코를 안 가지고 왔다. (난 도대체 어떻게 입학한 걸까). 그래도 간만에 느끼는 고속의 와이파이와 편안한 좌석에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리고...한줄씩 두줄씩 흘러내리는 땀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곳 역시 에어컨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ㅎㅎ 

왜 사니?


비록 오늘은 한국에서부터 진행 중이던 출판 원고 작업과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쓴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였지만, 곧 여기서 밤새 논문과 에세이와 씨름하고 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물론 그 일을 직접 겪으면 욕 밖에 안 나오겠지만, 상상이란 마치 드라마와 같은 것! 상상 속 나는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속 김래원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불현듯 스치는 불안한 미래. 교수님 혹시 돼지코 안 챙겨온 저한테 하시는 소리세여? 


작가의 이전글 [Day19] 457 단상 in Lond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