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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Apr 27. 2022

03. 유학생이 되는 비용

생각보다 파운드는 매콤했고 세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나라고 대책 없이 퇴사를 결정한  아닐 ! 그래도 유학을  만큼의 예산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제정세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생각보다 파운드 환율은 '매콤'했다.

우선 아래가 대충 '이만하면 되겠거니' 했던 영국 유학 경비다.



나와 아내, 총 2인 기준 석사과정 비용

1. 학비

제일 굵직한 비용. 내가 진학할 런던 정경대는 런던의 대학 중에서도 학비가 비싼 축에 속한다. 석사과정 총합이 £24,456. 한화로 약 3900만 원 되시겠다. 다행히도 와이프가 진학할 골드스미스 대학은 런던의 대학 중에서도 학비가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석사과정 총합이 £18,290. 한화로 약 2900만 원이다. 거기에 영어실력이 미천했던 우리 부부는 프리세셔널이라는 어학연수 과정도 이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도합 1,300만 원 정도. 결과적으로 학비로만 8100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그렇다. BMW 530i를 살 수 있는 돈이다.


2. 렌트비

영국은, 특히 런던은 미친 월세를 자랑하는 도시다. 런던 중심부로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월세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빛 한 줌 안 드는 5평 반지하방의 월세가 150만 원을 상회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서울이었으면 신축 아파트 25평 방을 얻을 수 있는 가격이다. 그렇다고 런던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 능사인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런던은 월세만 비싼 것이 아니라 교통비도 세계 1위다. 게다가 탑승 거리가 길어질수록 할증도 붙는다. 런던 외곽에서 중심부로 가려면 편도 6천 원은 기본이다. 놀랍게도 택시가 아니라 지하철의 경우다. 외곽에 집을 얻었을 경우 우리 두 사람의 교통비를 합치면 차라리 런던 중심부에 집을 얻고 통학비를 아끼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인간답게 살려면 대충 1년 3개월에 3천만 원의 경비가 들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3천만 원에 방을 하나 얻게 되는데, 그 방에 어떤 방인지는 차차 공개하겠다.

런던 중심부의 월세 150만 원짜리 방. 놀랍게도 그마저도 5년 전 기준이다.


3. 생활비

어떤 꼬락서니로 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퇴사와 유학을 결정하며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유학을 가는 1년 동안은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여행과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 그렇다. 기껏 재충전하려고 런던까지 갔는데 거기서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무엇이며, 런던에 있는 동안 영국 및 유럽여행 실컷 하고 오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해서 우리는 생활비만큼은 조금 넉넉하게 측정하기로 했다. 한 달에 공과금과 교통비 포함 평균 350만 원 정도면 먹는 거 좀 아껴서 틈틈이 여행도 다니고 손흥민 경기 볼 정도는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럼 대충 6천만 원의 비용이 나온다.


4. 기타 잡비

왕복 비행기 티켓, 비자 발행비,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할 예비비까지 해서 대충 1천만 원 정도는 여유자금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1년 3개월 간 유학비용을 최종 1억 8천만 원 정도로 책정했다. 일반적으로 런던으로 석사 유학 가는 예산을 평균 8천만 원 정도 잡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평균보다 약 1천만 원 더 지출하는 셈이다. 프리세셔널을 수강하고 여행 비용도 넉넉하게 책정했던 이유이다.


대충 모아둔 돈 + 퇴직금 + 전세 임대료 + 자동차 처분 하니까 얼추 1억 8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마련되더라. 어드미션도 나왔겠다, 돈도 있겠다, 서울에 내 집도 있겠다, 애는 없겠다, 거칠 것이 없었다.



흔들리는 국제정세 속에서~인플레이션 향이 느껴진 거야~♪

기세 좋게 사직서를 던지고 방을 구하러 잠시 런던으로 향했던 바로 그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당시 호텔방의 TV에선 연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속보로 전달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쟁이 이리 오래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전 세계의 비난과 제재에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유럽에서 한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막혀 귀국 비행기 스케줄이 연기됐지만 그럼에도 나는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야말로 경기도 '오산'! 푸틴은, 생각보다 훨씬 미친 자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4월 현재까지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술 더 얹어 전술핵을 쓰네마네 하고 있다. 덕분에 기름값과 밀값이 폭등하며 전 세계가 유례없는 물가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그 말인 즉, 내가 모아둔 1억 8천만 원의 가치가 1억 7천만 원, 1억 6천만 원으로 떡락하고 있다는 소리다.

'븅신아, 그러니까 사표는 최대한 늦게 던졌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    푸틴은 생각보다 훨씬 미친 자였다...


생각보다 매콤한 파운드 환율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변수. 생각보다 파운드 환율은 매콤했다. 이때까지 나는 모든 예산을 그저 '네이버'에 나오는 환율 계산기를 통해 계산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준 환율일 뿐. 내가 실제로 1파운드를 살 때는 그것보다 몇십 원을 더 줘야만 했다. 그 몇십 원들이 모이니 크게는 5백 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생각보다 파운드가 비싸다는 것을, 방을 얻기 위한 짧은 런던 방문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가뜩이나 물가는 오르는데 이런 초보자 같은 실수가 나의 숨통을 더욱 옥죄어왔다.


어쩌겠는가. 맞춰서 살아야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유학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다른 옵션들로 위기를 해쳐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을 텐데, 하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런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급적 전자보다는 후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는데 그 또한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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