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끄적거린 지도 그럭저럭 몇 해가 되어간다. 지금까지 써온 글을 대충 훑어보면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몇 개 떠오르지만, 그중에 나를 대표한 글을 선정하려니 막상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간 글을 써 놓은 양은 꽤 되는 것 같은데 대표하는 글을 꼽을 수 없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글마다 나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서 대표하는 글을 선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평생을 한 작품에만 매달려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글을 써놓고 내버려 둔 적은 없다. 수시로 시간이 날 때마다 파일에서 꺼내어 다듬고 퇴고하면서 완성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내가 쓴 글에는 삶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나를 대표하는 글을 선택하라는 것은, 내 삶의 우열을 가려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쎄다. 삶의 우열은 임의로 선택해서 정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글 중에 나를 대표하는 것을 고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작품이 나를 대표하는 글처럼 다가온다. 이번 글의 주제를 나를 대표하는 글이 아닌 내가 쓴 글 중 읽을만한 작품이 어떤 것인가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직은 내가 쓴 글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떤 글이 읽을만한 것인지는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나를 대표한 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인생의 문제다. 사실 자신을 대표하는 글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가 자신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에는 자신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삶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나를 대표하는 글보다 독자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먼저다.
자신이 쓴 글에는 자신을 대표하는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글마다 자신의 혼이 깃들어 있어 나를 대표하는 인생이란 없는 것이다.
작가의 글에는 그 사람의 삶이 온전하게 녹아 흐른다. 작가가 자신을 대표하는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이자 화두다. 어쩌면 자신을 대표하는 글을 쓰기 위해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수필가가 되는 것 아닐까.
내 삶을 대표할 만한 글은 과연 무엇일까. 언젠가는 도달해야 하는 삶의 목표이자 글짓기의 목표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를 대표하는 글은 아니더라도 남들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내어놓을 수 있는 한 편의 진실한 글이라도 써보고 싶다.
며칠 전 글짓기를 함께 배우는 문우의 말이 생각나서 글 주제로 삼았다. 그분은 오십여 편의 수필을 써놓고 그중에 자신을 대표할 작품 하나를 선정하려니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더란다.
나는 그분의 말을 십분 이해한다. 아마도 대표적인 수필 작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작품마다 그분의 삶과 애정이 녹아 있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수필은 삶의 경험과 체험을 사색과 관조를 통해 표현하는 문학이다. 그런 삶을 놓고 대표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도 그분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써놓은 글 중에서 과연 나를 대표하는 것은 어떤 작품일까?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마땅하게 떠오른 글제가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같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자신을 대표하는 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민에 빠지는 것은 아직도 글짓기에 목마르고 배고픔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그런 사람은 글 쓰는 것에 고민하지 말고 자기만의 글 세계를 향해 더욱 정진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더는 글짓기를 할 수 없을 때 과거를 돌아보며 나를 대표한 글에 대한 정답이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