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때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 사물과 현상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는 도중에 해가 저물어 노숙할 곳이 없자 길가의 움막에서 잠을 잤다. 잠결에 목이 말라 머리맡에 있는 물을 마시니 아주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이튿날 주변을 살펴보고 사람의 해골에 담긴 물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물맛은 해골에 담겨있고 없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길로 원효는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되돌아와 민중을 위한 불교를 전파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아침 출근길에 간발의 차이로 시내버스를 놓치거나, 교차로 신호등의 초록 신호를 놓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거나, 전철역에 도착한 전철을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도 출근길에 집 앞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교차로의 초록 신호등이 깜박였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칼바람을 일으키며 후다닥 뛰어가서 보도를 건너갔다.
그리고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에 들어서는데 전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주변 사람들이 또 다시 다닥다닥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뛰어갔다.
나도 저들처럼 뛰어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굳이 뛰어가서 전철을 타고 싶지는 않았다. 전철이야 다음 전철을 타도 되는데 아침부터 구두 소리를 높여가며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전철은 몇 분 후에 오는 것을 타고 가도 출근 시간에 늦지 않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세상을 참 바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도, 도로에서 서둘러 가기 위해 요리조리 새치기로 곡예 운전을 하는 사람도, 전철역에서 다가오는 전철을 타기 위해 구두 소리를 높여가며 뛰는 사람도 다음 정거장이나 다음 신호등에서 다시 만난다.
그들이 바쁘게 서두른다 해도 기껏해야 나보다 몇 분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삶은 몇 분을 서둘러 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도 없이 세월에 쫓기듯이 살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괜스레 행동을 서두르다가 다치거나 아니면 목숨까지 담보 잡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삶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오히려 연민의 정이 솟아난다. 아침부터 서둘러 뛰어가느니 다음을 기다리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이 아닐까.
교차로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며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거나, 다음 전철을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차를 앞질러 가기보다 음악이나 들으며 여유롭게 가는 것이 과연 실패한 삶일까.
남보다 뒤에서 여유롭게 간다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그 사람 안되었다고 동정받을 일도 없다. 조금 서둔다고 잘 살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뛰어다니며 살아갈 것이다.
삶은 급하게 서두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반대로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이 한 발 앞서가는 삶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식당의 음식이 맛있으면 한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지만 차를 운전하거나, 전철을 타거나, 신호등이 깜박거리면 마음이 돌변한다.
정말로 바쁜 일이 있어 서둘러 가야 한다면 사정이 있나 보다 하는데, 대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차 운전대만 잡으면 마음이 변하는 것처럼 삶을 너무 서두르거나 빨리빨리 구호를 외치며 몰아가듯이 사는 것 같다.
사람은 자고로 몸의 움직임이 묵직하고 믿음직해야 한다. 그런 행동에는 믿음이 가게 마련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마음이 실려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듯이 움직임에도 마음을 실어 여유롭게 움직여야 한다. 그 움직임이 가볍거나 경망스러우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보편적 성향은 아니지만, 현대인의 마음은 쉽게 변하고 변덕스러워 보인다. 이전의 세대들은 한번 마음을 다져 잡으면 요지부동이라 할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났을 때 변함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보면 듬직함이 배어난다. 물론 과거와 바뀐 것이 없으면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면은 있겠지만 반대로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이전보다 사람이 달라져 보이면 현실에 적응하려는 가벼움과 얄팍함이 묻어나고 믿음도 덜 간다. 일상생활에서 여유로운 행동이 반드시 좋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듯이 생활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느긋한 여유를 갖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마음의 느긋함에는 여유와 정서가 살아나듯이 행동도 묵직해야 남들도 가볍게 바라보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서두르기보다 단 일 초라도 여유롭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며 행동하자. 그것은 자신의 인성과도 관련되고 생명과도 연결된다.
일상생활에서 여유로움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본질을 바꾸는 바탕이다. 그 바탕 위에 성격이 형성되고 인성이 세워진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인지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