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장지천과 탄천에 나가 걷기를 해왔다. 걷는 것이 얼마나 몸에 좋고 운동이 되는지는 따져 보지 않았다. 하루의 목표치도 정해놓지 않았고, 발길이 가는 대로 이곳저곳 걸어왔다.
언젠가 하루는 막내딸이 일주일에 며칠간 칠천오백 보를 걸으면 통신비를 할인받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보험회사에서 건강 걷기로 주간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통신비 3천 원이나 아메리카노 1잔, 온라인 쿠폰 3천 원이나 크린토피아 상품권 4천 원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할인받는 프로그램이다.
건강 걷기 주관은 보험회사가 맡고 참여한 회사의 협찬을 받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험회사는 건강 걷기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협찬사는 쿠폰을 통한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건강 걷기 취지야 어떠하든 나는 통신비 3천 원을 할인받기 위해 목표치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그간 매일 만 보를 걸어왔는데 칠천오백 보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달성한다.
그렇게 4주간 목표치를 달성해서 만이천 원의 통신비를 할인받았다. 평소 통신비의 절반이 줄어든 셈이다. 내가 할인받은 통신비는 보험회사가 부담했을 것이다.
아침마다 걷기를 해왔는데 그 걸음걸이가 돈으로 바뀌었다. 세상에 누가 걷는다고 발걸음을 돈으로 계산해서 줄까. 아침마다 걸어서 좋고 몸이 건강해져 좋고 통신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걷는 것 하나로 세 가지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건강 걷기의 특징은 걷기를 강화하는 점이다. 처음 두 달은 주마다 칠천오백 보의 목표치를 주다가 그다음은 오천 보가 증가한 만 이천오백 보를 걸어야 할인 혜택을 준다.
걷기를 해본 사람은 안다. 칠천오백 보와 만 이천오백 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칠천오백 보는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달성하고, 만 이천오백 보는 한 시간 반 이상을 걸어야 한다. 거리로 계산하면 칠천오백 보는 약 6㎞고, 만 이천오백 보는 약 10㎞다.
그동안 한 시간 정도 걷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이상은 주말에만 종종 걸어왔다. 모처럼 통신비를 할인받기 위해 만 이천오백 보를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몸도 늘어지고 힘이 좀 들었다.
걸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몸을 괴롭혀서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주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만 이천오백 보를 걸었더니 한 3주째가 되자 만 보를 걸었을 때의 몸 상태로 돌아왔다.
막내딸은 건강 걷기의 전도사라도 되는 양 본인은 걷지도 않고 아내까지 건강 걷기에 동참시켜 통신비 할인을 받도록 유도한다. 덩달아 나도 친구들에게 건강 걷기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었다. 그러자 친구들이 걷기를 잘하고 있고 통신비도 할인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보험회사가 국민에게 건강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걷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니. 걷기는 누구나 매일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기본 행위가 아니던가.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공하면 건강한 사회를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는 가끔 하루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열심히 흔들어댄다. 어떤 제도나 단점은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걷지 않던 사람을 걷게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서 좋은 것 같다.
이런 제도는 보험회사가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개발해서 제공해야 한다. 건강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해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다면 국민 누구나 좋아하고 찬성할 것이다.
회사에는 직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사는 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가능하다. 정부나 지자체도 회사의 각종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국민이나 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도 좋은 사례다.
어떤 제도나 유사사례를 비교하고 분석해서 모방을 통해 개발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나 과거 역사나 회사 등에서 실시한 제도를 비교하고 분석하여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건강과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그간 건강 걷기를 통해 몇 달간 통신비를 할인받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걸음걸이로 돈을 벌어 본 것도 처음이다. 보험회사에서 건강 걷기 행사를 통해 통신비 할인 제도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지는 모르겠다.
그 제도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부지런히 건강 걷기에 동참할 생각이다. 하루에 걷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통신비도 할인받고 몸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누가 그런 제도를 마다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