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날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
이 세상에 정처 없는 나그네의 길
아 그리워라 나 살던 곳 멀고 먼 옛 고향(포스터 작곡, ‘스와니 강’)
가곡은 사람의 가슴에 아련한 서정을 깃들게 한다. ‘스와니 강’은 청춘이 푸른 시절 중학교 음악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가며 부르던 노래다.
지금은 대중가요의 노랫말도 외우기 힘들고,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노랫말도 만나기 어렵다.
나이 들어갈수록 감정은 메말라만 가고, 가슴에 깃드는 서정은 사그라만 든다.
세상살이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애창하는 가곡 하나 부를 시간적 여유마저 생겨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미지의 강을 떠올리며 음악실이 떠나가도록 ‘스와니 강’을 부르던 때가 생각난다.
아름다운 노래는 부르면 부를수록 가슴에 맑은 에너지를 생성한다. 더불어 그 에너지를 통해 미지의 작곡가와 마음의 정서도 공유한다.
포스터란 작곡가는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슴에 미적인 정서가 스며들면서 노래에 흠뻑 젖어드는 그리움을 맛보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참 알 수 없는 족속이다. 마음이란 바다는 늘 무한대의 세상을 그리는 여정을 품게 한다. 그 여정에 맛과 멋을 더하면 그림과 음악과 시와 같은 뮤즈가 탄생한다.
아침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맑아지듯이 마음은 자신의 뜰을 한없이 넓히는 보금자리다. 그 마음을 따라 여정을 떠나는 것이 방랑이란 낯선 손님이다.
‘스와니 강’은 미국 남부 출신의 한 흑인이 타향을 떠돌며 자신의 처량한 신세와 언제나 달려가면 반갑게 맞아줄 고향의 넉넉한 인심을 그리면서 부르던 노래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떠나면 고향에 서린 정경과 강물과 부모 형제를 그린다. '스와니 강’ 작곡가인 포스터는 스와니 강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고향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도록 전설과도 같은 아름다운 가곡을 만들었다.
사람은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자신이 살아왔던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나그네와 같은 인생길에서 어느 날 자신의 과거와 오늘과 미래를 그리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능력이다.
나는 과연 내게 부여된 능력을 제대로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나간 시간은 돌아보면 볼수록 아름답게 다가오는데 앞을 내다보면 볼수록 희미해진다.
오늘은 멀리서 다가오는 옛 그림자와 같은 형상을 통해 추억을 생각하고 가곡을 부르며 세월이란 향수에 젖어 보았다.
여름이란 무더위가 서산으로 이울면서 가을이란 고독의 그림자가 수평선 위로 고개를 불쑥불쑥 내미는 계절이다.
파란 하늘은 끝없이 높아가고 들녘은 황금색을 그리며 갈색으로 변해간다. 누군가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 보낸 하룻밤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삶은 방랑이며 방랑은 또 다른 삶을 찾아가는 여행의 모태다. 삶의 불연속을 연속으로 이어주는 다리는 방랑이란 징검다리다.
푸른 시절에 목청껏 불렀던 ‘스와니 강’은 삶의 전설로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구름처럼 삶의 방랑도 깊어만 간다.
가을로만 내달리는 고독한 계절에 나의 옷소매는 길어지고, 중년을 넘어가는 인생의 언덕길에는 숨 가쁘게 토해내는 호흡과 고달픔만 더해간다.
오늘따라 나를 아우르고 달래주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더불어 삶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날들이 갑자기 생각나고 다가온다.
지난 추억의 실타래는 마음속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스와니 강’은 노래로그리움이 되어 다가왔고, 그리움은 마음의 속 뜰로 여행을 떠나게 했다.
가곡은 희망을 품게 하고,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자라게 하는 아름다운 뮤즈다. 건조한 일상을 그리움만 찾아 떠나는 여행이나 즐기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꾸어본다.
오늘이란 현실의 밥벌이가 지겨움이나 고달픔이 아닌 그리움을 갖게 하는 자양분은 없는 것일까?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줄여줄 밥벌이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일까.
삶이란 무게를 훌훌 털어내고 그물처럼 촘촘한 일상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리저리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아가는 집시의 삶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