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이상역

‘이차카와 다쿠치’의 연애소설을 영화로 만든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누구를 이라는 목적어를 생략했다. 감독은 왜 영화 제목에서 목적어를 뺀 것일까.


아마도 감독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 영화는 제목만 읽어도 가슴에 따뜻함과 설렘과 갈망과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소재의 참신함과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설렘을 동반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영화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되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 영화로써 흥행은 하지 못한 것 같다. 감독이 영화 제목에서 목적어를 뺀 것처럼 목적어를 누구로 넣을 것인가에 따라 영화의 내용은 달라진다. 목적어에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연인이나 친구 등 다양한 대상을 넣을 수 있다.


판타지 영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뛰어넘어 상상으로나 가능한 가상의 세계를 실현한다. 죽은 자가 산 자로 돌아오거나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인 샹그릴라 세상이나 환상의 세계를 열어 가듯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영화는 일종의 판타지다.

사람은 죽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죽어가면서 비가 오는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곤 이듬해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에 가족 앞에 다시 나타나 가족과 재회를 통해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다가 장마가 끝나면서 돌아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여주인공은 “이제 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라는 긴 목소리의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일본이나 한국 영화의 줄거리는 같지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나 제작 배경이나 음악이나 연기력에는 차이가 난다.


두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란 영화 제목에 ‘당신’ 대신 ‘아버지’란 목적어를 넣어 봤다. 그러자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영화처럼 몇 주의 기간도 필요 없고 단 하루만이라도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이십 년이 되어간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왜! 자식들에게 한마디 말씀도 없이 그렇게 서둘러 가셨느냐?”라고 꼭 한번 여쭙고 싶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저녁을 드시다가 뇌동맥이 터져 병원에 가셨지만, 의사의 손도 써볼 겨를도 없이 돌아가셨다. 병원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뒤늦게 만났지만,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눈동자도 마주하지 못한 채 영원한 이별을 해야 했다. 그에 대한 슬픔과 고통이 아직도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란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환생해서 가족을 다시 사랑하다가 떠나온 세계로 되돌아간다는 생의 판타지를 그렸다.


이 영화는 재탕 삼탕으로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일본과 한국 영화를 관람해 보니 한국보다 일본 영화가 좀 소설에 근접해서 제작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남자 주인공 정우진이 여자 주인공 임수아를 생각하며 “딱 한 번만이라도 널 다시 볼 수 있다면”이란 고독한 독백이 가슴을 울린다. 남자 주인공의 독백에 화답이라도 하듯 여자 주인공은 비가 오는 계절에 다시 나타나 몇 주간을 함께 지내다 먼 곳으로 떠나갔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가상의 세계다. 여주인공은 이승으로 돌아오면서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비가 오는 날 이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라는 의미다.


비록 현실에선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꿈에서나마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단정 짓고 영화를 관람하면 감상의 맛은 덜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도 소설처럼 허구를 그대로 믿고 보는 것이 더 영화다운 맛이 나지 않을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목적어를 당신으로 확정해 놓고 관람하면 보는 맛이 더 난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배우의 연기력과 배경음악을 감상하면서 일본과 한국 영화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영화를 관람하면 맛도 배가 된다.


어찌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한 편의 영화가 아닐까. 비록 각본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모르는 누군가가 감독하면서 우리의 삶을 각본대로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 영화는 “장마철이 시작되면 보게 되는 영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여주인공인 임수아가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이끌려 이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여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아버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환청의 소리로 들려온다. 그런 현실에 대한 착각과 환상이 이 영화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마술이자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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