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by 이상역

<큰딸에게 보낸 편지>


큰딸아!


요즈음 몸이 좀 힘들지. 네게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여름을 무사히 견뎌 내기 바란다. 네가 보내는 시간은 삶에서 중요한 시기이고, 앞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번 여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내해야 할 무게도 달라질 것이다. 이 말은 젊어서 고생을 미리 하는 것도 나중에 삶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盡人事 待天命”이란 말이 있다. 사람으로서 할 바를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운명에 맡기라는 뜻이다. 이 말은 네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은 말이다.


사람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핑계를 대기 마련이다.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간과 고통을 참고 감내해야 다다를 수가 있단다.

아빠가 학창 시절에 배운 이육사의 시가 생각난다. 공부하는 시간에 틈틈이 가슴에 간직한 시를 꺼내어 교실밖을 바라보며 낭독해 보는 것도 학창 시절에 경험할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게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기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 ‘청포도’).

아빠는 이육사의 청포도만 읽으면 머릿속에 고향의 푸른 하늘과 마을에 얽힌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떠오른다. 삶에서 시는 사람의 마음을 안온하게 해주는 시원한 청량제이자 칠월의 청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전에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상대방은 또렷이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데 한번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추해진단다.


자신이 부족하고 게을러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대로 시인하면 그만인데,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사람이 추해진다. 핑계나 변명을 대지 않고 잘못을 시인하면 되는데도 변명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경험이나 기술보다 시험이란 제도가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사회다. 따라서 그 시험을 통과하느냐 못하느냐로 그 사람의 운명도 결정되고 만다.


시험은 부자나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등용시킨다.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보면 신라의 독서삼품과나 고려나 조선의 과거제도는 오늘날 시험처럼 평등하지는 못했다.


그 시절은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여서 비록 시험에 합격해도 일정한 직위 이상을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신라에서 고려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국가가 바뀌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나라가 바뀐 바탕에는 사람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정한 직위 이상을 오르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지위 상승에 한계가 생기면 불평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일정한 직위에 오르지 못한 불만은 곧 여론으로 조성되었고 결국에는 나라를 바꾸는 디딤돌이 되었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을 것이다. 그만큼 시험은 역사를 바꾸고 시대를 앞서가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요즈음 학교 시험과 수능 준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안다. 지금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너의 결연한 의지와 바른 몸가짐이다. 너의 의지가 확고하면 무더위와 매서운 추위가 와도 이겨내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의지가 약해지면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니 정신과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고 순간순간을 견디며 극복하기 바란다.


네가 가야 할 목표를 정했다면 좌고우면 하지 말고 오롯이 직진하거라. 네가 가는 길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앞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학교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누구는 편하게 공부하는 것 같고, 누구는 놀면서 공부를 잘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공부는 자신의 의지가 없으면 그만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겨내려는 의지와 목표만 바로 서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그것은 너를 무섭게 목표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은 주변의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목표만이 앞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시기다. 너의 친구들은 이미 갈 길이 정해졌단다.


인생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목표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네가 정한 길을 향해 무섭게 바람에 걸리지 않는 그물처럼 무서움을 모르는 사자처럼 돌진하기 바란다.


요즈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올해 여름은 무덥고 짜증 나는 계절이 되겠지만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서 잘 극복하기 바란다.


그동안 학교 기말시험 준비하랴 수능시험 준비하랴 고생이 많았다. 다른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시험의 결과다.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상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다.


사람은 “덥다. 덥다.” 하면 몸이 덥게 느껴지는데 더위를 이겨내는 것도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다 보면 더위를 모르듯이 공부도 즐기며 더위를 이겨내거라.


길가의 가로수에서 매미가 아직은 울지 않지만, 매미가 울어대면 여름의 무더위도 시작될 것이다. 이번 여름은 네 인생에서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중에 네가 고생한 시간은 반드시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런 날을 위해 부지런히 공부해서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아빠와 엄마가 열심히 응원하고 기도하마.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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