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보낸 편지>
막내야!
오랜만에 펜을 든다. 어느덧 너도 피할 수 없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생활이 시작되었구나. 네가 편지에서 말했듯이 지난 시절의 아픔과 상처는 모두 잊고 이제부터 네가 가야 할 길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빠의 소망은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홀로 묵묵하게 정진하는 모습이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해서 인생을 살아가든 아빠는 너를 지켜보며 격려하고 응원할 것이다.
그것이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고 공부만 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은 포기하지 말아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또한 감정을 접어두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단지 그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권리는 추구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커지는 것이 삶의 이치다.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고 살아가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올해는 네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도 말고 건강을 챙기면서 네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노력하기 바란다. 올해는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새로운 희망과 이정표를 찾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아빠가 응원해 줄께.
네 옆을 늘 지켜줄 수는 없지만 공부가 하기 싫을 때는 아빠에게 말해주기 바란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다가오기를 늘 기다리고 있단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도 되어 있다.
막내야!
하루의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간을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서 생활하지 않으면 시간에 얽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간의 노예가 된단다. 하루의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 해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마음을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마무리하기 바란다. 누누이 말하지만 공부에 왕도는 없다. 만약 비법이 있다면 머리 좋은 사람들이 벌써 그 길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사람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이는 서로 다르단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과목을 배워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지식의 양과 이해도는 제각각이다.
앞으로 너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계획을 세우거라. 그리고 계획을 세웠으면 철저하게 이행해서 하루하루 습관화해야 한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지식도 네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선생님은 지식을 가르쳐주는 안내자일 뿐 네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주는 것은 절대로 아니란다.
공부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길을 열어주는 존재일 뿐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해서 독서를 소홀히 하지 말기 바란다.
지식을 배울 때 중요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과 관련한 공부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깊은 사유와 사고 없이 공부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봄이 오고 꽃도 피어날 것이다. 계절과 시간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존재다. 그 계절과 시간을 바라만 보지 말고 즐기며 사는 것이 더 멋진 삶이 아닐까.
꽃이 피면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새싹이 솟아나면 푸른 꿈을 떠올리며 미래를 설계하기 바란다. 네가 아빠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했듯이 20대에는 좋은 일도 생기고 네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아빠가 기도해 줄게.
그리고 항상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생각도 깊게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람은 좁은 틀 속에 갇히면 좁은 관계만 보이고 내 앞에 놓인 이익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대범하게 생각하면 생활에 여유를 갖게 된단다. 자신 앞에 주어진 일을 잘 헤쳐나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넓고 깊게 생각하면서 여유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다.
고교 3학년이라 시간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꿈도 꾸고 낯선 세상도 동경하면서 꿈 많은 시절을 보내야 한다.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가 생각난다.
김인순의 ‘여고 졸업반’이란 노래다. 너도 한번 흥얼거리며 노래의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거라.
이 세상 모두 우리 꺼라면 이 세상 모두 사랑이라면
날아가고 파 뛰어들고 파 하지만 우리는 여고 졸업반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뒤돌아보면 그리운 시절 생각해 보면 아쉬운 시간
돌아가고 파 사랑하고 파 아~아~ 잊지 못할 여고 졸업반
이 노래는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즐겨 불러던 노래다. 이 가사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아마도 네게는 지금이 가장 꿈이 많고 낯선 세상을 동경하는 시기다.
여고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부른 이 노래는 음반을 내놓자마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면서 사랑과 그리움을 가슴에 가득 채우기 바란다.
사람은 꿈이 많을수록 좋다. 꿈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꿈에는 실현이 가능한 것도 있고, 실현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 가는 꿈을 꾸는 것은 꿈으로 가치는 있겠지만 진정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네 앞에 주어진 청춘을 소홀하거나 방관하지는 말아라. 어떠한 꿈이든 어떠한 선택이든 그것을 위해 몸을 불태우는 열정을 통해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했으면 한다.
아빠는 네가 고교 시절을 무기력하게 보내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네가 하고 싶고 원하는 길을 활짝 열고 용기와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아빠도 그런 열정과 꿈을 안고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꿈은 청춘만이 꿀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 언제 이루어지는 아무도 모른다.
꿈은 오래 붙잡고 끝까지 유지하는 자만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어떤 대학을 가느냐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고교 시절을 보냈느냐가 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학창 시절을 후회하지 않도록 즐기면서 보내거라. 대학을 진학하는 것보다 고교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꿈을 갖고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시가 무엇인지 아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 시는 아빠가 성장하던 시절 이발소마다 걸려 있던 詩다. 러시아 사람이 쓴 시를 왜 한국 사람들이 좋아했을까. 그것은 이 시를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이 시에는 인생을 살다 보면 슬픈 날도 있고 즐거운 날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아빠가 성장하던 시절에 꿈은 배가 부르게 먹는 것이었다.
이 시에는 배고픈 시절에 괴로움과 슬픔과 우울함을 견뎌내면 미래에는 즐거운 날이 오고 지나간 시절은 그리움으로 남는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름다운 시는 국경을 뛰어넘어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너도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시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많이 읽기를 바란다. 문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치고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다.
네게 주어진 학창 시절은 네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쉬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리운 시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 아무쪼록 고교 시절을 후회 없이 보내기 바란다. (2012.1.15 아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