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

by 이상역

며칠 전 막내딸 남자 친구를 소개받았다. 그간 막내에게 남자 친구를 언제 소개해 줄 것인지를 채근했더니 드디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길동생태공원 맞은편 대로변에 자리한 식당에서 막내 남자 친구를 만나 점심 식사를 하면서 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다시 찻집으로 이동해서 다시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부모에게 신이 사귀는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 것은 사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자리다.


나는 딸만 둘이다. 큰 딸은 결혼해서 분가했고 막내딸만 결혼해서 분가하면 집 안의 큰 행사는 마무리 짓는다. 막내딸이 만나는 남자 친구의 기준을 나와 아내에 맞출 수는 없다.


막내와 남자 친구가 어떻게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키우고 어떴게 깊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식당과 찻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막내에게 어떻게 만났는지를 물어보니 운동하는 과정에서 만났단다.


인생은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시작되거나 만남을 갖게 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만남이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과정을 이해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요즘 젊은 사람을 만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소통이 되는지를 잘 모르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면 내 기준에 맞추어 이것저것 물어볼 테지만 막내의 남자 친구이니 막내의 기준에 맞게 물어보아야 하는데 막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있는지 잘 몰라서다.


어쨌든 막내의 남자 친구가 우리 가족을 만났으니 다음은 남자 친구 가족을 만나고 그다음은 양가 가족의 만남이 이어질 것이다.


나와 큰딸이 걸어간 길을 막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진행될 텐데 그 시기와 시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 공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딸 둘이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막내만 나중일이 되어 버렸다.


막내의 남자 친구를 만나고 나자 아내와 맞선 아닌 맞선을 보던 때가 생각난다. 김포공항에 근무하던 시절인데 비번인 날에 갑자기 부모님이 용산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공항 옆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부랴부랴 옷을 차려입고 용산에 갔더니 오늘 서울 아가씨와 맞선을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전에 맞선에 대한 언질도 없었고 용산에 도착한 목적이 맞선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는 말씀도 없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식사하며 맞선을 보고 둘이 다방에 가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맞선 자리다.


식당 근처 다방에 가서 둘이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자 그럼 다 되었다고 하더니 부모님은 시골로 내려가시고 아가씨 부모님은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물론 나도 맞선을 보고 전철 타고 공항 자취집으로 돌아왔다. 그 맞선 자리에서 만난 아가씨가 오늘의 아내가 되었다. 아내가 되기까지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인생에서 우연한 만남이 필연의 인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삶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하나하나 과정을 밟아가며 완성된다. 나도 어느덧 서울에 올라와 삶의 뿌리를 내린 햇수가 그럭저럭 사십여 년이 되어 간다. 강산이 네 번은 변했을 시간에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삶이란 되돌아보면 모든 것에 미련이 남지만 그중에 제일은 아이들을 무사히 출가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아이들이 출가해서 무난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저 바라는 것은 첫째에 이어 둘째도 서울에서 무난한 삶을 이어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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