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물러나기가 몹시 서운한 지 흰 눈이 내리며 봄이 오는 길을 막아선다. 남녘에서는 매화나무와 산수유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들녘을 서성인다.
매화나 산수유의 꽃망울을 억누르는 차가운 눈이 사람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흰 눈이 아닌 화사한 봄꽃을 보는 것이 소망인데 춥고 쌀쌀한 바람이 봄의 길목을 훼방 놓는다.
흰 눈이 봄이 오는 길목을 방해해도 봄은 단단한 대지를 뚫고 성큼성큼 다가올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래저래 계절의 날씨에 민감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매화꽃과 산수유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활짝 열리는데 매년 이맘 때면 만나던 봄꽃을 볼 수가 없으니 계절을 망각하고 내리는 흰 눈이 서운하고 밉기만 하다.
봄꽃은 사람에게 희망과 봄노래를 부르게 하는 촉매제다. 사람의 마음을 밝게 정화시키는 것은 봄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수선하고 정치는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에 봄꽃마저 길을 잃으면 그나마 희망을 기댈 언덕마저 사라진다.
하루라도 빨리 추위가 물러나고 따뜻한 기운이 넘쳐나는 봄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송파구에서 강동구로 이사 온 지 그럭저럭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헤매기 일쑤다.
따뜻한 봄이 와야 봄꽃을 따라 이곳저곳 구경 다니며 눈여겨봐야 지리에 익숙해질 텐데. 봄이 오는 길목을 막아서니 아직도 내 마음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겨울이 스스로 물러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갈 길을 잃은 것이다. 사람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버리고 남이 가는 길을 방해할 때 어리석어 보인다.
봄이 오는 길목을 흰 눈이 막아선다고 겨울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도 물러날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순리다.
사람도 물러날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사회가 성숙해지고 발전한다. 자신의 아집과 고집에 갇혀 겨울의 흰 눈처럼 봄의 길목을 막아선다고 그 길이 막아지지는 않는다.
사람도 계절처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존경을 받는다. 삶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 남에게 손가락질이나 지청구를 받지 않고 고고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따뜻한 봄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발밑을 서성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대지에 아무리 많은 눈이 쌓여도 얼마가지 않아 봄기운에 사르르 녹아 봄꽃을 만개하는 물로 변할 것이다.
세상이 흰 눈에 갇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삶에 희망과 소망을 부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