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공원 언덕에 올라

by 이상역

지난가을 길동에 이사 와서 고민은 아침마다 산책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아침에 운동 겸 산책을 갈 만한 곳이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코스를 정해 걷고 있다.


길동은 장지동에 비해 천이 없어 공원이나 얕은 산을 이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천호나 양재대로를 걷다가 공원이나 일자산을 걸어 보았다.


그렇게 이곳저곳 걸어보면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걷기에 알맞은 코스를 알게 되었다. 오늘은 길동과 명일근린공원에 이어 승상산까지 등산을 했다.


그런데 천 변을 걷는 것보다 공원이나 산을 걷는 것이 운동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천 변을 걸을 때는 체중이 빠지지 않더니 공원과 야트막한 산을 걸으니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변에서 2킬로 정도를 걸어도 땀이 나지 않더니 공원은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힘들다.


두어 달 전 그간 다니던 협회를 퇴직하고 아침마다 걸었더니 3킬로 이상 체중이 줄었다. 송파구에서 살던 시절 천 변을 걸을 때는 개월에 고작 1킬로 정도 줄었다.


길동에 와서 공원을 걸었더니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그간 체중을 줄이기 위해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몸의 체중을 줄여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도 해보았다.


하루만 보를 걷기 시작한 지 십여 년이 되어간다. 아침마다 걷기를 하면서도 체중이 줄어들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체중이 3킬로 이상 빠지자 운동하는 맛이랄까 기분은 좋다.


사람은 어느 곳에 살든 환경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동물도 환경이 바뀌면 바뀐 환경에서 보금자리와 터전을 마련하듯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변경된 환경에 맞추어 살아간다.


장지동은 시장이나 교통이나 운동하기 편했는데 길동은 시장이나 교통이나 운동하는 것이 그리 편하지 않다. 그렇게 하루이틀 이곳에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나하나 적응해 가고 있다.


이곳에 와서 재래시장과 맛집과 공원이나 얕은 산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아직은 이곳에 오래 살지 않았지만 길동도 그런대로 사람이 살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어디나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시장을 보거나 교통을 이용하도록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은 주변 환경을 잘 알아 충족한 삶을 누리며 살지만 늦게 정착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묻거나 찾아다니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고향에서 삼십여 년을 살면서 이사는 딱 한번 했다. 고향의 윗마을에서 살다 초가집 지붕이 무너지면서 아랫마을로 내려온 후 이사 다닌 적이 없다.


그러다 고향을 떠나 결혼하면서 주민등록 초본이 서너 장이 되도록 옮겨 다녔다. 이사를 자주 다닌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는 결혼 후 한 번도 이사를 다니지 않고 한 곳에 터전을 잡아 산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보나 더 많이 이사를 다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사를 다닌 것은 좋은 환경이나 훌륭한 교육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진 돈이 모자라서 또는 계약기간이 다되어 낮은 조건의 주거지를 찾아서 옮겨 다녔다.


이사 많이 다닌 것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는 본래 움켜쥐고 살던 짐을 뒤집는 행위다. 결국 이사 많이 다닌 사람은 살림살이를 보전하고 바꾸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이제는 걸음걸이 수에 따라 길동공원을 다녀올 것인가 길동공원을 거쳐 명일공원이나 승상산을 다녀올 것인가를 헤아릴 정도다. 길동공원 언덕에 서면 강동구를 휘감은 산과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이나 시골이나 산과 강을 끼고 사는 모습은 같다. 다만, 산 밑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사연이나 행태만 서로 다를 뿐이다. 나도 시골사람이란 행색보다 서울사람 행색에 가깝고 익숙해졌다.


고향을 떠나온 지 근 사십여 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서울사람이란 말보다 시골촌놈이란 말이 귀에 더 익숙하고 친근하게 들린다.


이유는 아직도 서울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삶을 살아서다. 내 몸에는 서울사람보다 시골촌놈의 모습이 애잔하고 굴곡지게 남아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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