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by 이상역

지난달 처음으로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았다. 공직에서 퇴직하고 일반회사와 협회에 근무하며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경력이 3년을 넘었다.


동부고용센터를 찾아가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서를 제출하고 온라인으로 교육 수료 후 심사를 거쳐 수급자격 인정을 받고 1주일 간의 실업급여를 받은 것이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210일이고 4주에 한 번씩 고용 24를 통해 취업지원 서류를 제출하고 인정을 받으면 4주마다 실업급여가 나온다.


올해 초 협회 근무기간이 종료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것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실업급여를 받아야 얼마나 받을까 하는 의구심에 굳이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받아보니 그 금액이 꽤 다. 4주마다 백팔십여만 원의 실업급여가 나오는데 7개월에 걸쳐 받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은데. 공직을 물러나고 민간기관에 취업하는 것도 하늘에 별을 따는 것과 같다.


우선은 나이가 들고 보니 회사가 꺼릴 것 같고, 그다음은 공직에서 삼십 년 이상 근무했으니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민간회사에 필요한 경력이 거의 없어 기피할 것이 뻔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취업을 하려면 행정을 다루는 관리직보다 하나의 기술을 다루는 기술직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왜 기사자격증을 따지 않고 엉뚱한 영어 공부에 매달려 공무원 시험공부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시 누군가 내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자격증은 따놓고 영어에 매진하라고 충고를 해주었다면 오늘의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이래저래 후회하기 마련이다. 그 시절에는 영어를 공부해 두는 것이 취업의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지나고 보면 아쉬움과 미련만 남는다.


실업급여가 금년 하반기 초까지 받을 예정인데 그때까지 무슨 일이든 일자리 하나는 잡아야 한다. 아직은 내게 오라는 곳은 없지만 필요로 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나마 실업급여를 받게 되니 백수의 신세지만 견딜만하다. 몇 해 전 공로연수를 받으며 근 일 년을 쉬었는데 이제는 실업급여가 나오는 기간을 잘 보내야 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백수 기간에 괜찮은 일자리 하나는 잡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도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를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니던 직장을 잃으면 가족 모두가 거리에 나 앉아야 하는 궁핍함과 절박함만 기다렸다.


그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몇 달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니 이보다 더 좋은 사회적 환경이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현실이 아닌 이상향의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국가에서 한 가정을 짊어진 가장의 위신을 세워주고 보듬어 주는 것 같다.


이 모두가 우리 이전 세대와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결과이리라. 국가라는 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진국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데 나만 홀로 뒤처져 그 배에 간신히 얹혀서 가는 기분이다.


실업급여는 수령할 것인가 수령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라는 국가의 배려인 것 같다. 그 배려와 혜택을 잘 이용해서 좋은 일자리를 하나 구하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다.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실업급여 외에도 국가나 지자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수없이 많다. 그런 환경과 제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누릴 것인가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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