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오월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처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행사가 연달아 이어진다.
오월은 가정마다 누군가의 기념일을 챙겨주기 위해 저마다 분주하다. 우리 집도 손주가 태어난 지 이십여 개월이 되어간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씩씩하게 걸어 다닐 정도로 성장했다. 손주가 성장해 가는 모습이 날마다 새롭고 일주일이면 몰라볼 정도다.
손주가 태어나고 지금껏 나들이를 다녀온 적이 없다. 물론 할아버지가 혼자서 손주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침 아내가 유명산자연휴양림 숙소에서 하루를 유숙하는 것이 당첨되어 손주와 1박 2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국도를 타고 가평까지 가는 내내 비가 내렸다.
손주가 내 차에 타는 것도 처음이고 손주와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것도 처음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손주는 창밖을 응시하면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흥얼거렸다.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우리 담이 어디 있나."라고 물으면 손주는 손을 자기 몸에 대고 "저 여기 있어요."라고 대답을 대신한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10미리 정도 내린다고 하더니 소나기처럼 내렸다. 국도를 타고 근 한 시간을 달려서 가평의 유명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숙소 입실이 가능한지를 묻자 오후 세시쯤에나 가능하단다. 그리고는 산림복합체험센터 관람과 체험이 가능하니 아기와 가서 구경하란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손주를 안고 체험센터에 가보니 아기가 구경하거나 놀 수 있는 시설을 이것저것 갖추어 놓았다. 손주와 딸과 넷이 근 한 시간을 놀이와 체험을 하고 근처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기를 데리고 먹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고 먹는 순서를 요한다. 손주와 나들이를 가면 모든 관심과 초점이 손주의 행동과 입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손주를 어디에다 맡기고 다닐 수도 없고 손주를 옆에 가만히 놔둔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손주가 아니라서 손주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딸이 손주에게 점심을 먹이게 한 후 점심을 먹은 아내가 손주와 놀아주는 동안 딸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시계를 보니 숙소에 입실하기는 좀 이른 시간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 휴양림 내를 돌아다닐 수가 없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입실 시간을 기다렸다.
얼마 후 숙소 입실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배정된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에 입실하여 짐을 풀고 비가 그친 듯하여 손주를 안고 나가 휴양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다.
비는 그친 것 같은데 비가 오는 듯 오지 않는 듯해서 우산을 받쳐 들었다. 그러다 저녁때가 되어 휴양림 주변 식당을 찾아갔더니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았다.
비도 내리고 손님이 적어서 그런 것 같았다. 차를 타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휴양림 근처의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가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나라 관광지 주변 대부분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손주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갔더니 보일러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좀 썰렁했다.
손주가 아기라서 따뜻한 곳에서 자야 하는데 보일러가 고장 난 듯하다. 관리사무실에서 나온 분이 다행히 다른 숙소를 구해줘서 손주를 데리고 다른 숙소로 이동했다.
그 속소는 들어서기 전부터 온기가 느껴지도록 보일러가 잘 작동되어 손주와 하룻밤을 따뜻하게 보냈다.
이튿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날씨가 좋아 손주와 자생식물원을 구경하고 산림복합체험센터에 다시 가서 체험과 놀이를 즐기고 서울로 귀경했다.
서울서 가평으로 갈 때는 국도를 타고 갔으나, 귀경할 때는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왔다. 길동의 집 주변 식당에 도착해서 손주와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는 내가 점심을 먼저 먹고 손주를 데리고 잔디밭에 가서 놀았다. 아직은 손주를 데리고 어딘가를 다닐 수 있지만 조금 더 크면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손주는 순간적으로 뛰어가거나 잠시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금세 사라진다. 손주가 세 살이니 한 사람은 손주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돌봐야만 한다.
오랜만에 손주와 봄나들이를 다녀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손주를 안고 서성이면 내 머릿속에는 딸을 안고 어딘가를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그래서 손주를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안 힘들다. 손주와 딸을 안고 다닌 것이 머릿속에 오버랩되면서 손주를 안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손주가 뛰어가다 나를 가로막고 안아 달라고 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손주는 봄나들이를 갔다 온 것이 피곤했는지 제 엄마와 낮잠에 떨어져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앞으로 자주는 아니더라고 손주와 가끔 나들이를 다녀야겠다. 지금보다 조금 더 크면 말도 잘하고 성장해서 데리고 다니기 편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신록의 계절 오월에 손주와 봄나들이를 다녀왔으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그냥 넘어가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손주와 봄나들이를 다녀왔으니 이보다 더 기분 좋은 행사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