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로 무협영화를 즐겨본다. 무협영화를 보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과 상상을 하게 된다. 무협영화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기이한 꿈을 꾸게 하는 촉매제다.
학창 시절 우연히 접한 무협소설을 읽으며 흠뻑 빠져 든 적이 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세대를 불문하고 무협소설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마약과도 같다.
고교 시절 짝꿍은 무협소설 광팬이었다. 그 친구는 가방에 교재보다 무협소설을 더 많이 넣어 갖고 다니며 쉬는 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읽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무협소설이 좋은 점은 읽을 때는 온갖 상상력과 재미에 푹 빠져 밤을 지새우며 읽다가 마지막 편을 읽고 며칠 지나면 언제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빨리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다. 대학 수업이 듬성듬성 있는 날은 다음 수업을 수강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서관에 가지 않고 학교 앞 삼류극장을 찾아갔다.
당시 영화는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두 편의 영화에는 반드시 무협영화 한 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극장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문제로 서울로 올라오면서 무협영화나 무협소설에서 멀어졌다. 인생의 황금기를 직장에서 보내고 물러나자 할 일이 없어지고 시간이 무료해졌다.
나이 들어 받아주는 곳도 없고 취업을 해보려고 이곳저곳 서류를 넣어보는데 면접 오라고 전화조차 오지 않는다. 그런 허전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유튜브의 무협영화다.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유튜브 무협영화를 보게 되면서 즐겨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협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현실과 다른 고풍스럽고 귀티 나는 옷을 입고 현란한 무예를 겨루는 모습이다.
물론 각종 장치를 이용해서 상상 속의 무예를 다룬다지만 사람이 온몸을 이용해서 펼치는 모습에 흠뻑 빠져든다. 무협영화 주제는 문파의 보전이나 복수나 지존의 자리를 지키거나 챙취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현실 세계와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이지만 나름 촘촘한 시나리오로 반전도 주고 생동감에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된다. 유튜브에서 무협영화는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마술 같다.
그런 맛에 무협영화를 제작하여 상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무협영화는 사실에 치중해서 무협영화 같지 않고, 중국 무협영화는 너무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이한 세계를 다루어 믿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게 된다.
어떤 영화나 허구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있는 그대로 보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기자의 연기에 더 다가갈 수 있고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
무협영화가 좋은 점은 무협소설처럼 보고 나면 무엇을 보았는지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주면 꿈속까지 따라와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무협영화는 그런 걱정을 안 해서 좋다. 한 번 보고 나면 영화의 내용이나 줄거리가 사라지고 시리즈일 경우 호기심이 작동해서 다음 편을 찾게 된다.
그리고 무협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국어를 한국어나 한국어로 더빙하는 것을 들어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나누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왕에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더빙을 하려면 무협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이나 전설이나 역사 등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무협영화 수준도 끌어올리고 관객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뒤늦은 나이에 무협영화에 빠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달래도 주고 글을 쓰다가 쉬는 시간에 무협영화를 보고 나면 적잖은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 중간의 것도 있다. 그중에 무협영화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지만 무료한 시간에 보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