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by 이상역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 (김운하 작사, 오기택 노래, '고향무정')


아침에 구봉산에 올라가 건너편 산자락을 바라보니 초록이 바람에 물결치며 파도를 이룬다. 오월은 하루하루 가는 날이 그저 아쉽고 서럽게 느껴진다.


일 년 열두 달 오월과 같은 날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꿈도 꾸어 본다. 오월은 하루를 그냥 보내기 아쉽고 가는 시간을 바라보면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가슴에는 허전함이 들어찬다.


신록의 계절에 능선 길을 따라 걷는데 오기택의 '고향무정' 노래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생각에 젖어 하염없이 불렀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내 고향의 풍경을 그대로 노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고향도 산자락이 빙 둘러싸고 있어 구름이 울고 넘고 그리운 어머니가 홀로 고향을 지키며 살고 계신다. 고향의 산골짝에 흐르던 물도 마르고 농사짓던 문전옥답은 잡초에 묻힌 지 오래다.


'고향무정'의 노랫가락은 반복해서 부르면 부를수록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타지 생활하면서 작곡한 것 같은데 노래만 불러도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고향에 대한 서정과 정경은 도시에서 찌든 가난한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조미료다. 도시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고향을 생각하면 힘이 솟아나고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살던 고향도 한 때는 젊은 사람이 북적이며 산자락의 팔부능선까지 따비밭을 일구며 농사지었다. 그리고 작고 보잘것없는 땅만 있어도 농사짓기 위해 주먹질하며 다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고향이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요와 적막감이 도는 곳으로 변해간다. 지금은 농사를 짓는 사람도 없고 임자 잃은 농토만 고향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다.


구봉산을 지나 승상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까지 이어진 '고향무정'노래는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가슴에는 고향에서 보낸 시절과 추억과 풍경이 한가득 넘쳐흐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노래나 시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그중에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툭툭 건드리며 지난 시간과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김운하 작사가는 남한에 내려와 설날 이북 5 도민 망향제 때 머릿속에 떠오른 친구 아버지와 만남, 그림처럼 펼쳐지는 북녘 고향의 모습, 젊은 시절 고기잡이를 갔던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무정'을 작사했다고 한다.


비록 작사가는 남한에서 북한에 살던 시절 고향의 모습과 추억을 그리며 만들었지만 고향을 등진 사람은 설날이나 추석 때마다 '고향무정' 노래를 들으며 고향과 부모님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된다.


저물어 가는 오월의 아쉬움과 서러움처럼 오늘은 '고향무정'이란 노래를 부르며 머릿속에 잃어가는 고향의 서정과 풍경을 다시 한번 새겨보았다.


사람은 지구를 떠나 다른 우주에 가서 산다 해도 고향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고향은 품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따뜻한 생명체이자 그리운 서정과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감미로운 감정의 바닷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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