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 글은 감정과 생각의 충돌이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물인데 그런 글을 그리게 하는 원천은 어디에서 나올까.
최근에 몇 편의 글을 써보았다. 어떤 대상이나 특정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서 노트북 화면에 그려보는 것인데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난 시절 글을 써본 것이라곤 초등 시절 한 줄짜리 일기와 재수하던 시절에 편지를 써 본 것이 전부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선생님이나 누군가에게 배운 적이 없다.
그러다 사십 대 중반 우연히 산문이나 수필이나 여행서 책을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한 십여 년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 시절 독서하는 틈틈이 글을 써본 것이 유일한 힘이었다.
그런 생활을 유지하며 나이 들어서도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써보고자 하는 충만감과 감정이 밀물처럼 차오르는 것을 간간이 경험하게 된다.
특별한 주제를 정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보고 밟고 느낀 것 중에 머릿속에 잠재된 것을 정리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한번 쓰기 시작하면 머릿속 생각보다 손이 더 빠르게 움직이며 작동한다.
물론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글을 이어서 쓰면 좋겠지만 머릿속에서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모아서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또 누군가 내 글이 좋다며 글을 많이 써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그저 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노래랄까 그날그날 흥겹고 충만한 기운을 빌려 즐기면서 글을 쓰고 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줘도 좋고 읽어주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 손가락이 감정이 가는 선율을 따라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면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이 빠져 지내는 중이다.
내 서재 뒤로는 녹음이 짙어가는 야트막한 산자락이 보인다. 높은 산이나 얕은 산이나 녹음이 짙어가는 산은 바라만 봐도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그런 신록의 기운을 받아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서 오늘은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면 손가락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면서 글이 갈 방향을 제 스스로 찾아간다.
글은 사람이 생각한 바를 써서 존재의 집을 짓는 건축행위와 같다. 글쓰기도 토지를 다지고 바닥을 고르고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벽을 막아 하나하나 채워 가는 건축과 다를 바가 없다.
노트북 화면에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그냥 빈 종이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바늘로 옷을 꿰매듯이 검은 글씨를 채워가면 화면에 글이 그림이 되어 나타난다.
그런 글이 한 줄 두줄 그려지고 화면이 채워지면서 그림처럼 서로 어울려 정열 되는 모습을 바라보면 글을 써보고자 하는 힘과 흥이 솟아난다.
글을 쓰는 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사람도 읽고, 여행을 많이 다니라는 사람도 있고,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라는 사람도 있다.
이들 모두가 정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글을 쓰는 힘은 어느 정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쓰다 보면 짧은 생각이 길어질 수도 있고 길게 생각했던 것이 짧아질 수도 있다. 글에 어떤 방식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것이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글은 많이 쓴다고 해서 힘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걷든 여행을 하든 책을 읽든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 있고 어디에서 머무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글 쓰는 힘은 그날의 생각과 기운이 상호작용해서 분출하는 감정의 밀물이란 생각이 든다. 가슴에 머물러 있던 감정이 차올라 밖으로 나오려고 꿈틀거릴 때 탈출구를 찾아주는 것이 글이 아닐까.
그리고 글을 쓰는 힘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은 없다. 글을 쓰는 자만이 아는 은밀한 비밀이고 그 비밀의 문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는 행운의 열쇠다.
글이란 마음 밖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마음 안에 머무는 저수지와 같다. 마음 안에 고인 저수지 물을 어떻게 밖으로 배출한 것인지는 그 사람의 마음이 어느 곳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