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마음

by 이상역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파란 마음 하얀 마음', 어효선 작사, 한용희 작곡)


초등 시절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 교정에서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던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를 따라 부르곤 했다. 이 노래는 부르면 부를수록 파란 마음이 하늘에 가닿는 느낌을 전달받는다.


아침에 구봉산을 올라가는데 초입에서 누군가가 하모니카로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를 신나게 부른다. 하모니카를 어찌나 잘 부르는지 동요에 반주까지 넣어 부르니 어깨가 흥에 겨워 저절로 들썩거린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를 신명나게 부르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다시 부르게 된다. 여름의 하늘이 쪽빛 바다와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동요가 울려 퍼지니 온 세상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다.


칠월의 중순에 들어서는데 낮에는 볕이 뜨거워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운데 밤이 되면 북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선풍기 없이도 잠을 자게 된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란색으로 수를 놓으면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가 저절로 떠오르는 계절이다. 그런 계절의 맛에 취해서 동요를 다시 신나게 불러본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노래 가사에는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가 물들어 있다. 산도들도 나무도 모든 것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며 성장해 가듯이 어린이도 파란색을 바라보며 맑고 밝게 성장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50년대에 동요를 지었으니 전쟁의 상흔으로 거칠어진 마음을 아름답고 씩씩하게 순화시키자는 뜻에서 작사했다고 한다. 전쟁의 냉혹한 상처든 삶에 찌든 상처든 삭막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자연이다.


마음의 상처는 사람이 말로 위로하며 달래 줄 수 있지만 자연을 통해 아물게 하는 것이 좋다. 푸른 새싹을 바라보면 삶의 희망이 생기듯이 초록색과 파란색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특효약이다.


구봉산을 걸어가며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를 흥얼거리자 초록의 나뭇잎과 산자락이 파란색으로 다가온다. 초록과 파랑은 다른 색깔임에도 산과 들과 하늘이 비슷비슷한 색으로 다가온다.


동요는 사람에게 파란 꿈을 심어 주고 마음을 맑고 밝게 변화시킨다. 내 삶에서 동요를 부르며 보내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인생은 지난 시간이 도돌이가 되어 반복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를 다시 부르니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산자락의 짙은 초록이 눈에 들어오고 무변광대한 하늘의 파란색이 선명하고 도드라져 보인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어린 시절 마음에 새겨둔 파란 마음은 곱게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동심을 잃지 않고 파랗고 하얀 마음을 곱게 지키며 순환을 통해 내일을 설계한다.


오늘은 종일토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동요나 부르면서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소박한 추억이나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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