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우는 소리

by 이상역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안도현, '사랑')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무더운 것 같다. 마치 여름에 매미가 울지 않으면 무더위도 사라질 것처럼 느껴지는 계절이다.


구봉산을 올라가는데 아침부터 어디선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미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매미가 울어대니 뜨거운 여름철에 들어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 며칠간 무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공원이나 산자락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미가 우는 것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낮이나 밤이나 매미가 울어대면 잠 못 드는 밤도 늘어날 것이다.


계절은 하루도 건너뛰지 않고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고 철새가 찾아오고 매미가 울어댄다. 계절이 다가와서 매미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대니 계절이 찾아온 것 같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울음소리를 듣노라면 고향에서 감나무 밑에 앉아 담뱃잎을 엮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담뱃잎을 따러 담배밭에 가서 아버지와 일꾼이 지게로 져 온 담뱃잎을 마당에서 이웃과 동생들과 엮었다.


그 시절 여름방학은 담뱃잎을 따는 시기에 맞추어졌다. 담뱃잎을 따고 엮고 건조실에 매는 작업은 가족뿐만 아니라 품앗이 일꾼까지 얻어서 해야 하루에 가능했다.


따라서 방학이 시작되면 서너 집이 어울려 담배를 따고 엮고 매는 작업에 동원되었다. 아침부터 밤이 이슥하도록 담배를 따서 엮고 매는 작업은 고되고 힘들었다.


여름방학과 동시에 담뱃잎을 따는 작업은 방학이 끝날 때쯤 끝이 났다. 초중고를 다니던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다른 일은 제쳐두고 담뱃잎을 엮고 매는 작업을 하면서 방학기간을 보냈다.


농사에서 담배가 가장 큰 소득원이었으니 마을의 사십 여가구에서 서너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이 높은 건조실을 짓고 담배 농사를 지은 것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참 아쉽고 동심의 시절에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가련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가련함과 아쉬움이 오늘의 나를 성정 시켰고 그런 시절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삶에서 주변 환경은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기에는 자신이 선택하거나 무언가를 조성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부모님의 둥지 안에서 부모님이 만든 환경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부모님이 농사를 짓던 환경이 잘못되었다거나 아니면 부모님 탓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주어진 환경이었다.


지금은 도시에서 살아간다지만 매미가 우는 계절이 되면 왠지 유년 시절과 동심의 시절에 겪었던 추억이 자주 생각난다. 시골에서 자랐으니 추억이 될 만한 것은 부모님과 겪은 농사와 관련한 것이 전부다.


도시에서 만나는 매미나 꽃이나 식물이나 나무나 모든 것은 고향에서 보낸 것과 연관된다. 옛 기억은 버릴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 되었고 오늘을 사는 내게 때때로 힘이 되곤 한다.


구봉산을 내려와 골목길을 돌아서 내려오는데 산자락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오늘따라 매미 울음소리가 내가 살아온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내 발걸음에 힘과 생각을 실어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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