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는 또 다른 창작

by 이상역

글짓기는 존재의 집을 짓는 행위이고, 퇴고는 존재의 집을 고치거나 수리하는 행위다. 옷을 수선하거나 집을 수리하는 행위와 글을 퇴고하는 행위는 비슷하지만 영역은 서로 다르다.


글 짓기와 퇴고는 같은 일이면서 다른 일이지만 퇴고는 글짓기를 하면서 글짓기를 완성한 후에도 할 수 있다. 글짓기는 성취감이 퇴고는 만족감과 충만감이 뒤따른다.


옷이 떨어지거나 구멍이 생기면 바늘로 수선한다. 옷을 수선하는 것과 글을 퇴고하는 것은 비슷하다. 옷을 수선할 때 떨어지거나 구멍 난 부분만 하지 않고 다른 곳이 떨어지거나 구멍이 난 부분까지 살펴보고 작업에 들어간다.


퇴고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어보고 단어나 문장이 잘못되었다고 그 부분만 고치지는 않는다. 단어와 문장이 잘못되어 퇴고했다면 퇴고 후에 글 전체를 읽어보고 연결이나 문맥이 괜찮은지 아니면 다른 곳도 손을 봐야 하는지 살펴본다.


옷을 수선하고 더 수선할 곳이 없으면 마무리한다. 옷 수선이 마무리되면 옷을 입고 다닐 사람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후련하고 만족감이 들어찬다.


퇴고도 퇴고한 글을 읽으면 충만함이 생긴다. 문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단어와 문장과 단락은 상호적인 관계로 이루어진다. 단어 하나를 퇴고하거나 문장을 퇴고하면 전체 문장이 달라지고 글 전체가 달라질 수 있어 퇴고는 글 짓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집을 짓는 것은 창작의 행위이고 집을 완성한 후 수리하는 것은 퇴고와 비슷하다. 집을 수리할 때 수리할 부분만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집 전체를 둘러보고 해당 부분만 수리해야 하는지 다른 곳도 수리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작업에 들어간다.


글의 퇴고도 같다. 어느 한 부분을 퇴고할 경우 그 부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읽어보고 퇴고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여 단어나 문장이나 단락을 고쳐야 한다.


글이 완성된 후 퇴고는 시간이나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다. 퇴고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글 짓는 행위는 시간과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수도 있지만 퇴고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읽는 것도 고려해서 수시로 글을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고를 한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퇴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 퇴고는 또 다른 글짓기 행위를 하는 것 같아 다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브런치에 쌓인 글이 많아지니 이제는 하나하나 찾아가며 퇴고를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읽은 작품을 주로 한다. 다른 사람이 읽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글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다.


퇴고를 즐겨하는 것은 글 짓는 행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분 때문이다, 날씨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켜서 퇴고에 빠져든다. 전철을 타고 가며 퇴고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작가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하나의 글이 퇴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갈수록 마음이 든든해진다. 글 짓는 창작 행위의 완성은 퇴고에 달려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오늘도 퇴고라는 글의 전선을 서성이는 나는 어떤 모습과 표정일까 그것이 못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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