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교향곡

by 이상역

어젯밤에 소나기가 후드득 내리자 아침에는 제법 바람이 시원해졌다. 무더운 날에는 바람도 덥게 불어왔는데 절기상 입추가 되어가자 바람도 절기를 알아챈 듯 서늘해졌다.


아침부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자 등산을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날씨에 따라 등산을 가는 것도 갖은 핑계를 댄다. 무더울 때는 더워서 추울 때는 추워서 못 간다는 핑계를 댄다.


그런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니 핑계를 댈 만한 것도 없다. 평소처럼 가볍게 옷을 차려입고 등산지팡이를 꺼내어 들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시원하자 몸도 가벼워지고 멀리 산자락도 푸르게만 바라보인다.


구봉산 입구에 들어서자 아침부터 매미 울음소리가 귀청이 떨어질 것처럼 크게 들려온다. 여름에는 매미만 없어도 조용할 것 같은데 그놈의 매미가 시간과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그렇게 산에 들어가 매미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는데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차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말매미가 산자락에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참매미와 애매미가 음표와 박자를 맞추어 가며 울어댄다.


마치 교향곡의 웅장함처럼 말매미는 연주음악의 높은 소리를 담당하여 배경음악이 되고 관현악기인 참매미와 애매미는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높낮이로 울어대니 시끄럽던 매미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온다.


매미 소리가 산자락에서 교향곡처럼 들려오니 그 장단에 맞추어 나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터벅터벅 능선 길을 걸어간다. 어젯밤에는 아파트 단지 내 나무에서 참매미가 새벽 두 세시까지 울어댔다.


어린 시절 매미채로 매미를 잡을 때만 해도 매미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는데 지금은 매미가 지천이다. 엊그제는 손주를 데리고 딸네 건너편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데 나무마다 참매미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마다 참매미가 붙어 있어 매미채 없이도 손으로 한 십여 마리를 잡았다. 두 돌이 되어가는 손주에게 매미를 잡아서 건네니 처음에는 무서워서 머뭇머뭇 다가오지를 않았다.


그러더니 손주가 매미를 손에 움켜쥐고 놀더니 내게 "하늘로 하늘로" 날려 보내란다. 손주에게 "그럼 네가 손을 활짝 펴서 놓아주어라" 했더니 손주가 손을 펴며 번쩍 들어 올리자 매미가 하늘로 날아갔다.


매미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인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매미를 잡지 않아서 많아진 것인가.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매미가 많아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매미 울음소리를 교향곡 삼아 들으며 구봉산과 승상산 등산을 마치고 다시 구봉산을 거쳐 내려왔다. 산자락을 올라가든 골목길을 걸어가든 나무가 없는 곳을 걸어가도 여전히 매매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미가 본격적으로 울어대면 여름도 끝자락을 향해 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내 몸에 밴 습관의 기억에는 쓰름매미가 울 때면 가을이 찾아왔다.


매미가 우는 것도 자기 짝을 찾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종족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본능적인 소리다.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매미에게는 생존을 위한 피를 토하는 울음인 것이다.


계절은 팔월 초를 지나 입추와 말복을 향해 가는데 매미소리가 들려오니 올해 여름도 가는 것이 느껴진다. 세월은 참 공평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시간은 비껴갈 수 없듯이 공평하게 다가오고 공평하게 흘러간다.


올해만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 것 같지만 지난해도 그랬고 지지난해도 그랬다. 그리고 내년에도 매미는 올해처럼 시끄럽고 요란하게 울어댈 것이다.


매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고 자식을 위한 선택이다. 그나저나 매미는 여름에 자신을 위해서 큰 소리로 울어대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목울대를 세우고 울어야 하나.


내일 구봉산에 올라가서 나무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에게 한번 물어나 봐야겠다. 너는 왜 맨날 나무에 붙어서 여름에 그렇게 울어대느냐고. 그러면 매미가 나를 바라보며 참 별놈 다 본다며 "허허허" 웃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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