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또한 지나간다

by 이상역

소나기 멎자 매미 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 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간다

소나기 소리 매미 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이렇게 지나보내는가("또 한여름", 김종길)


여름이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아침부터 뜨거운 더위를 몰고 온다. 시인은 한여름에 소나기가 내리면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소나기가 그치면 매미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으로 여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시인의 시구처럼 여름에 아무리 소나기가 내려도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도 여름은 지나간다. 여름의 무더위가 뒤늦게 찾아와 가을을 향해 내달린다.


아침에 구봉산과 승상산을 산책하면 등을 타고 내려오는 후줄근한 땀에 옷도 소나기를 맞은 듯이 땀에 흠뻑 젖는다.


여름이 아무리 무더워도 시간이 가면 물러나게 마련이다. 간간히 소나기가 내려도 매미가 밤을 새워 울어도 시간이란 그림자를 따라 서서히 저물어 갈 것이다.


한낮에는 무덥고 습이 차서 밖에 나가 움직이면 금방 땀이 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계절이다.


매미는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고 소나기는 툭하면 내리고 조그만 움직여도 몸에 땀이 솟아나니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한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탁자에 누워 세월을 보내는 것이 제일이다. 도시에 정자나무가 없으니 도시를 벗어나 마을의 정자나무라도 찾아가서 그늘에 앉아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쏘여보고 싶다.


여름은 땀이 나는 계절이라 글쓰기도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몸에서 땀이 나면 진이 빠지고 그에 따라 힘도 빠지면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가 싫다.


더위는 몸도 느려지게 하고 생각도 더디게 하는 것 같다. 여름에는 이래저래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것도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도 싫은 계절인가 보다.


제 아무리 무더워도 시간이 지나면 서늘한 가을이 찾아온다. 무덥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더위도 시간을 따라가면 얼마 가지 않아 세월에 굴복하고 만다.


더위 앞에 장사 없듯이 세월 앞에 장사도 없다. 더위나 세월이나 모두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힘이 없어진다. 그런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세상을 향해 거칠게 소리치는 것은 매미뿐이다.


더위에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위란 거미줄에 몸이 걸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 질서다. 매미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도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져도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시간을 타고 알게 모르게 지나간다.


매미가 아파트 단지 내 뜰을 적셔가며 울어도 가을은 오고 소나기가 산자락을 무너트릴 것처럼 거세게 쏟아져도 계절은 나그네처럼 찾아온다.


이번 주말이 처서다. 처서가 지나가면 더위도 차츰차츰 물러날 준비를 할 것이다. 더위가 물러나면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낯빛을 바꾸어 나타난다.


올여름은 참 덥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여름만 되면 이번 여름이 제일 덥다고 느낀다. 겨울에는 이번 겨울이 제일 춥다고 하듯이 사람은 지금이란 현재의 순간을 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아닐까.


이번 여름에는 매미 소리와 소나기 소리를 생각나게 하는 멋진 수필이나 한편 써보고 싶다. 여름의 더위와 매미와 소나기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이나 쓰면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택하지 않은 길(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