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들리는 여러 노래의 일부를 조금씩 접속하여 한 곡으로 만든 곡이다. 메들리는 뽕짝이 유행하던 시절에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 가거나 유원지에서 사람들이 틀어놓고 놀던 음악이다.
지난 시절 한 때 폴모리 음악을 들으며 우수에 젖어 낯선 세상을 동경하거나 메들리 음악을 들으며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춤을 추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이십 대 시절 폴모리 음악의 골짜기를 거닐던 추억은 고향을 떠나오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폴모리 음악은 가을밤에 벌레가 우는 소리와 함께 운치 있게 들려왔고 잠을 잊을 정도로 즐겨 들었다.
요즈음 산책을 나갈 때마다 트로트나 동요의 가사를 2절까지 완창 하는 연습을 하며 배우고 있다. 나이 들어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면 좋겠지만 음악에 대한 자질과 소질이 부족해서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노래를 배우는 것은 다름 아닌 손주의 낮잠을 재우기 위해서다. 손주를 재우러 밖에 나와 자장가 삼아 노래를 불러주면 아! 글쎄 요놈이 한번 들은 노래는 다시 못 부르게 한다.
손주는 트로트가 되었든 동요가 되었든 한번 불러준 노래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다시 부르려고 하면 할아버지 품에서 "다른 노래", "다른 노래"하며 목놓아 외친다.
손주를 재우려면 적어도 이십여분 이상은 걸리는데 동요는 1절만 부르면 시간이 너무 짧고 트로트도 1절만 부르면 삼 분이면 끝난다. 그러니 2절까지 불러야 오분 정도의 시간을 벌 수가 있다.
트로트나 동요를 적어도 대여섯 곡은 완창해야 손주가 잠이 든다. 손주 덕에 지난 시절 즐겨 부르던 트로트나 학창 시절에 배운 동요를 다시 연습도 하고 배우게 되었다.
그렇다고 트로트나 동요도 아무 노래나 불러줄 수도 없다. 손주 녀석의 노래 취향이 참 독특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만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트로트나 동요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노래를 불러주고 아니라고 하면 다른 노래를 불러주고 트로트를 부르다가 아니라고 하면 동요를 불러주곤 한다.
그나마 손주가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잠을 자는 것만도 고맙다. 이제 두 돌이 되어가는데 엄마한테 떨어져서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자려는 손주가 귀엽기만 하다.
손주는 낮잠을 자야 한다는 신호가 몇 가지 있다.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신경질을 부리거나 놀 때 집중하지 않고 여기저기 건드리며 돌아다니면 졸리다는 신호다.
두 돌이 되어가지만 엄마나 할머니 하고 누워서 자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손주는 잠을 잘 때까지 옆에서 조잘조잘 대며 잠을 잘 자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어깨띠를 두르고 밖에 나와 재우면 이십여 분 정도면 잠이 든다. 손주는 밖에 나오기 무섭게 "할아버지! 노래 불러줘" 한다. 할아버지가 노래 불러주는 기계도 아니고 손주가 불러달라고 주문하니 아니 불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 손주를 데리고 나오면 동요든 트로트든 손주가 "할아버지! 노래 불러줘"를 외치기 전에 메들리 송으로 불러준다. 그러면 손주는 노래를 듣다가 자기가 싫어하는 노래가 나오면 "아니! 다른 노래"를 외친다.
그러면 나는 손주의 외침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취향에 따라 그냥 몇 곡을 내리 메들리 삼아 부른다. 그렇게 이십여분 정도 지나면 손주가 어느새 잠이 든다. 손주의 낮잠을 재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주며 다투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는 나대로 손주는 손주대로 서로의 취향을 고집하며 노래를 부르고 듣는다. 어차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할아버지이니 손주가 듣고 싶어 하는 노래보다 내가 좋아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더 부르는 편이다.
트로트든 동요든 손주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잠이 든다. 낮잠을 재우기 위해 때 아닌 노래를 배우고 손주와 말다툼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즐겁고 한편으로 엶은 웃음을 지으며 손주를 놀려주곤 한다.
나중에 아기들이 좋아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트로트 메들리나 동요 메들리라도 엮어 노래 음반이라도 하나 내고 싶다. 그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미소를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