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려나

by 이상역

어젯밤에는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번갯불이 번쩍 번쩍여서 거센 비라도 내리려나 걱정하는 마음에 잠도 설쳤다. 천둥번개와 번갯불이 번쩍이는 날은 무섭고 마음이 쪼그라들어 사람이 초라해진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등산을 나섰다. 여름의 무더위가 천둥번개를 맞고 사라진 것처럼 한걸음 물러난 것 같다.


구봉산 입구에 들어서자 그간 말매미와 참매미 울음소리가 계곡에 가득 울려 퍼졌는데 소리가 잦아졌다. 이제는 풀벌레 소리와 애매미 울음소리가 낮은음을 타고 들려온다.


어젯밤에 천둥번개가 말매미와 참매미를 데려가서 소리가 사라진 것인지 무더운 날씨는 이울었지만 습도가 높아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몸에서 땀이 나는 것은 여전하다.


숲에서 말매미와 참매미 울음소리가 뜸해지자 숲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풀벌레 울음소리와 애매미가 우는 소리는 낮은 음표라서 그런지 즐거운 노랫소리로 들려온다.


말매미와 참매미가 경쟁하듯 울어댈 때는 찌는 듯한 더위에 짜증이 나더니 어느새 바람도 그렇고 피부에 와닿는 느낌도 가을을 향해 내달려 간다.


구봉산 등산을 마치고 승상산 고개를 올라가는데 발걸음이 무겁다. 어제 손주를 안아 주고 어깨띠를 두르고 낮잠을 재워서 그런 것인지 몸이 좀 묵직해졌고 내딛는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승상산 정상에는 누군가 조그만 널빤지에 승상산 104m라는 팻말을 써서 세워 놓았다. 승상산은 다른 산에 비해 산이 아니라 구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일주일에 서너 번 올라가면 운동이 되는 것인지 체중이 조금씩 빠진다. 여름에는 땀도 많이 나고 겉옷까지 흠뻑 젖어서 집에 와서 씻고 체중을 재보면 체중이 빠져 있다.


구봉산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등산하고 승상산은 체중을 조금 빼기 위해 등산하는 셈이다. 구봉산은 주변에 사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운동하고 승상산은 등산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도 없고 만나기도 힘들다.


승상산을 올라가는데도 말매미와 참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말매미와 참매미 울음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분명하다.


말매미와 참매미가 요란하게 울던 자리에 애매미가 '스으으으 츠츠츠츠 휫스잇시옷 스잇시옷 스잇시옷 히시시시~'하며 울어대는 것을 보니 여름이 서서히 물러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구봉산과 승상산 등산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중학교와 초등학교 근처에 다다르자 주변에 사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먼 데서 봐도 구별이 간다. 키와 덩치에서 차이가 나고 옷의 색깔도 구별이 간다. 많은 학생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 정문으로 들어간다. 그들을 바라보며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 맞네 라는 확신이 들어선다.


초등이든 중등이든 학교 근처에는 아침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넘쳐난다. 학생들이 무리 지어 걸어가는 모습에서 생명력과 활기가 넘쳐흐른다.


사람은 서로서로 기와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어린이와 학생에게 젊고 활기찬 기운을 전달받고 부모나 나이 든 사람에게 풍성함과 여유로움을 전해주는 것이 삶의 구조다.


세상에는 누가 더 잘나고 누가 못나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서로 어울리고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이자 공동체 생활의 약속이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집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매일 걸어가는 길이지만 오늘따라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에서 삶의 생명력과 원초적인 힘을 느껴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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