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심

by 이상역

애착심이란 어떤 대상에 몹시 끌리거나 정이 들어서 떨어질 수 없는 마음이다. 일종의 취미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대상을 취미 삼아 애착심을 갖느냐에 따라 인생의 길도 달라진다.


국토부 건축과에 근무할 때다. 민원인은 청사 내에 들어올 수 없고 민원인이 찾아오면 민원실에서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담당자가 민원실로 내려가서 상담해야 한다.


언젠가 하루는 민원실에서 건축법 용도와 관련한 민원인이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민원실에 내려가 민원인을 만나 상담하는데 민원인이 건축법 제정부터 개정할 때마다 펜글씨로 정서한 건축법 자료를 보여줬다.


그 자료를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건축법 운영 담당자도 갖지 않은 자료를 펜글씨에 한문으로 정서한 자료를 바라보는데 민원인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민원인에게 "건축법에 관심이 많으시네요?"라고 했더니 민원인은 "심심해서 정리하는 것이란다.". 내가 보기에 심심해서 정서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법에 깊은 지식과 애착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날 민원인은 건축법 용도에서 제실로 개정하는 문제로 찾아온 것 같은데 세세한 내용을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의 취미는 다양한데 많고 많은 법 중 건축법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에 특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건축법 용도 중 "콜라텍"과 관련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콜라텍이 사회적 문제로 언론 기사에 자주 오르던 시절인데 지방에서 콜라텍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그분은 전화로 콜라텍은 말 그대로 음료수를 마시며 건전하게 춤을 추는 곳인데 왜 자꾸만 용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한번 자기가 운영하는 콜라텍에 와서 한번 보고 가란다. 민원인에게 지금은 가볼 수 없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가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정부나 지자체나 민원인의 전화나 상담 대부분은 자신의 삶과 관련 있다. 건축법 개정 역사를 한문으로 정서해서 갖고 계신 분이나 콜라텍을 운영하는 분이나 단순한 취미를 넘어 애착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세상 누구나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갖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일까. 애착의 대상이 어떤 방향이고 어떤 길이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거나 받지 않을 뿐이다.


직장에서 물러나 사회생활하다 보니 직장에서 시간이 없어 갖지 못한 취미를 갖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취미는 직장을 물러나서 배우는 것도 직장에 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아닌가 보다.


취미는 삶과 함께 공존하며 배우는 것이란 것을 절절하게 알아간다. 취미는 학창 시절부터 배우고 익혀서 직장 생활하면서 병행하는 것이 올바른 취미생활의 출발이다.


요즈음 취미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전문화가 되어 가는 추세다. 취미는 애착심을 갖고 미치도록 연습해야 취미란 세게에 깊숙이 빠져든다.


학창 시절부터 취미를 배우지 않았으니 직장을 물러난 시점에 새로운 취미를 배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롭게 취미를 배우는 것은 접어두고 그냥 걷기만 하고 있다.


하기사 취미도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즐겨야 한다. 따라서 대인 관계도 좋아야 하고 내 주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들을 줄도 아는 융통성이라고 갖추어야 어울릴 수 있다.


구봉산 테니스장에서 강사에게 테니스를 배우는 젊은 사람들이 부럽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강사의 건강한 목소리를 듣는다. 나도 배워보고 싶지만 테니스도 배우는 것이 다가 아니다.


테니스를 배우고 나면 누군가와 어울려 테니스를 쳐야 하는데 어울릴 만한 사람도 친구도 없다. 취미에 애착심이 간다고 미치도록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미치도록 연습하는 사람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이래저래 지금의 상태에서 새로운 취미 하나 배우는 일은 접어두고 그나마 제일 잘할 수 있고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애착심을 갖고 남은 삶에 투자하는 것이 제일인 듯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을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