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붓한 식사

by 이상역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시골에서 혈혈단신으로 올라온 후 그럭저럭 사십여 년이 되어간다. 올림픽 이듬해에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두 딸이 태어나고 성장해서 큰딸은 결혼하고 막내딸도 결혼할 예정이다.


광명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살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큰딸은 결혼해서 손주까지 낳아 살고 막내가 내년에 결혼하면 내가 거느린 가족이 일곱 명으로 늘어난다.


오늘은 아내 생일을 맞아 하남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간 아내 생일에는 둘이서 밖에 나가 식사하며 지냈는데 이번에는 두 딸네와 손주까지 참석했다.


누군가의 생일날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것만큼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까. 아내도 몸이 좋지는 않은데 생일을 맞아 가족이 모여 식사라도 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그저 고맙고도 감사하다.


그간 직장에 다닌다는 핑계로 아내 생일을 제대로 챙겨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직장에서 물러나자 아내 생일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삶이란 소소한 것을 챙기며 사는 것이 제일이다. 누군가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가며 오손도손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도 없고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먹고사는 형편이니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에서 딸과 사위와 손주가 식사하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다. 이제야 성장기 시절에 부모님이 배가 부르다며 먹는 것을 자식이 먹도록 양보한 것이 이해가 간다.


부모는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더니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배가 저절로 부르고 분위기가 아늑하고 정겹게만 다가왔다.


단출했던 가족이 일곱 명으로 늘어났으니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고 아내의 고생과 헌신에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던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찻집으로 이동해서 가족이 살아오고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오늘따라 가족이란 의미가 새삼스럽고 따뜻하기만 하다.


우리 가족의 소원은 막내딸이 살아갈 집을 는 일이다. 나도 오랜 기간 어렵고 힘들게 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큰딸도 전세를 전전하다 어렵게 주택이 당첨되어 내년에 입주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수십억 하는 시대에 집을 는 것도 힘들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막내가 집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애를 쓰며 노력하고 다.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얼굴을 대면하고 바라보니 대견하고 흐뭇하다. 가족이 늘어나자 행사도 늘고 만나는 횟수도 많아졌다. 그나마 딸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어 다행이다.


모처럼 아내 생일에 손주의 생일 축하 인사도 받고 딸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니 살아갈 힘이 난다. 두 딸이 어느새 성장해서 우리를 걱정해 주니 이제는 두 딸에 대한 걱정과 시름도 어깨에서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아내의 생일에 먹은 점심은 오붓함을 넘어 가족 간에 따스한 정과 사랑을 나누고 인정을 느낀 뜻깊은 하루였다. 앞으로는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가며 즐겁게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오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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