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얼굴

by 이상역

아침부터 비가 오다 그치고 다시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비가 오려면 쏟아져 내리던지 찔금 찔금거리니 산책을 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게 된다.


비가 내리면 얼마나 내릴까 하는 무던한 마음에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섰다. 가랑비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걷는데 여름의 무더위가 지나간 것처럼 가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우산을 받쳐 들고 구봉산을 올라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머릿속에서 '얼굴'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콧노래로 흥얼거리니 노랫가락이 절로 생각난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얼굴',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윤인선 노래)


이 노래는 작사가와 노래 부르는 가수의 사랑에 대한 묵직한 사연이 담겨 있다. 어떤 노래나 사연 없는 노래가 없겠지만 가수의 사랑 대한 이야기는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가수는 같은 동네에 살던 오빠와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했는데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이별하고 가수를 그만두고 홀로 '얼굴'이란 카페를 운영하며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다 삼십여 년이 지나서 사랑했던 사람은 이혼하고 그 자식들의 요청에 따라 다시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고통과 시련이 담긴 사랑의 이야기다.


'얼굴'이란 노래가 좋은 것인지 이 노래로 연을 맺은 사람들 대부분이 결혼했다니 좋은 노래는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좌우한다. 얼굴에는 눈동자와 표정이 들어 있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리고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를 얼굴의 눈동자와 표정을 통해 읽게 된다. 눈동자와 표정은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반영해서 나타내는 거울이다.


'얼굴' 노래는 1974년에 발표했다. 그때 나는 중학교에 다녔다. 내가 이 노래를 접한 것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다.


1970년대에 나는 초중고를 다니던 푸른 시절이다. 고교 시절에 대중가요를 참 많이도 배우고 불렀다. 그런 아련한 시절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노래를 배우고 부르며 다녔다.


'얼굴'이란 노래도 그렇게 배우고 불렀는데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슴에 품고 있던 연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물론 고교 시절 좋아하던 연인은 없었다.


노래에 담긴 마법인지는 몰라도 노래를 부르면 가슴속 심연의 바다에 이른다. 이 노래를 몇 번 콧노래로 부르자 십수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생각난다.


저녁을 먹다 뇌출혈로 쓰러지고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쉬움과 좀 더 오래 생을 누리지 못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에 눈물이 솟아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얼굴은 참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 사람의 인상과 표정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그 사람을 생각하고 기억나게 한다.


내 얼굴은 자식과 손주에게 어떤 인상과 표정으로 남게 될까.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남긴 얼굴이 아니라 밝은 웃음과 미소 짓는 얼굴로 남게 되기를 소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계절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