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매력(수정)

by 이상역

글을 끄적이며 살아온 햇수도 꽤 되어간다.


글쓰기에 온전하게 어깨를 기대면 기댈수록 알 수 없는 마법에 빠져든다. 한 편의 글을 쓰고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은 많다. 그리고 글은 쓸수록 쓰는 행위보다 성취감만 높아간다.


글은 마음의 진정성이 담겨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


글쓰기는 다듬는 과정에서 지나간 삶과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글쓰기는 현재의 일이지만, 글을 읽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일이다.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 쓰던 순간에 느꼈던 마음이 떠오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글쓰기 매력은 글을 쓰는 행위와 마음의 집중이다. 노트북에 손을 올려놓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두드리면 시선은 화면에 온전하게 집중한다. 그런 몰입이 깊어갈수록 손가락 움직임은 빨라지고 글자의 자음과 모음이 순서대로 흘러나온다.


글쓰기는 자신에 대한 충실한 고백이다. 비록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자주 다듬고 헐다 보니 엉성하게 글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런 글이 신기해서 이곳저곳 들여다보면 실밥이 터졌거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모양이 허술해 보인다. 그럴 때마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끙끙대며 꿰매고 헐고 다듬게 된다.

자기가 쓴 글을 읽으면 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쓰였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글쓰기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단어가 생성되고 문장으로 완성한다.


글은 좋은 재료와 기다림이란 시간과 사람의 정성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아름답게 탄생한다.

시골에 살 때 아버지가 새끼줄을 꼬아 만든 둥근 바구니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바구니를 만들기 전에 여러 날 동안 지푸라기를 추려서 가는 새끼를 꼬아 놓으셨다. 그리고는 하루 날을 잡아 저녁을 일찌감치 드시고 사랑방에 앉아 새끼를 손과 발로 둥그렇게 얽어가며 밤이 늦도록 만드셨다.


이튿날 아침 문을 열고 봉당에 놓인 둥근 바구니는 바라볼수록 멋스럽게 다가왔다. 그 바구니에는 아버지의 투박한 정성과 여러 날의 기다림이란 인내의 시간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만든 소박한 바구니는 정성과 열정을 다한 결과다.


매일 일상과 사투를 벌이며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서투른 글이나마 다듬기를 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향기가 솔솔 피어나면 마음이 밝아진다. 그런 마음을 전달받은 날은 기분이 좋고 나를 이끄는 은은한 무언가를 만난 듯한 기분에 마음도 충만해진다.


글은 정성과 마음을 다해 써야 한다. 나는 아직 장인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은 자신의 혼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도자기를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도자기에 일치시키려는 승화된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도자기에 자신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몰입해야 자신이란 그릇의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도자기를 만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삶의 아름다운 비상이다. 자신이 쓴 글을 타인과 공유하려는 것은 문학의 시작이자 타인과 삶을 동행하는 내밀한 마음의 표출이다. 내가 쓴 글에서는 아직 풋풋한 향기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맑은 향기를 내겠지 하는 꿈을 꾸지만, 그런 날이 올 수도 아니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삶이 좋다. 그렇다고 내가 쓴 글에서 억지로 향기를 피우며 살고 싶지는 않다. 저 홀로 있다가 스스로 향기를 피우는 그런 글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화두나 마찬가지다.

스님이 석가모니 가르침을 어떻게 깨우칠 것인가에 대한 화두처럼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깨우침이다.


글쓰기 이론은 이론일 뿐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하여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쓰기 이론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쓰는 사람이다.


글이 먼저냐 문법이 먼저냐는 일단 쓰고 나서 이러저러하다 해야지 글을 쓰지도 않고 서두가 어떠하다 본문이 어떠하다는 식의 이론은 의미가 없다.


글을 쓰는 힘은 그날에 일어난 감정이나 생각에 대한 실행이자 실천이다. 평소 아무리 많은 감정과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을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냥 공중으로 사라지는 연기와 같다.


그날그날 사라지는 감정과 생각은 며칠 지나면 영원히 소멸한다. 따라서 그날그날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해 두면 그 글은 영원성을 갖게 되고 새로운 감정과 생각으로 태어난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서 기록할 것인가가 답이 아닐까. 글을 쓴 후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글쓰기의 한 방편이다.


노트북 앞에 앉는다고 글이 저절로 써지지 않는다. 글도 동기와 원인과 과정에 의해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난 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글쓰기 매력은 단순한 것 같지만 복잡하다.


그리고 글을 쓰는 힘은 일상에서 식사하듯 매일 반복을 통해 길러진다. 글쓰기의 진정한 매력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두려움 없이 쓰는 행위를 집중해서 얻어지는 소중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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