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갈 곳이 없다

by 이상역

겨울은 추워서 밖에 나가기가 싫다. 그렇다고 춥다고 종일토록 집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낮에도 날씨가 지만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밖에 나가 산책할만하다.


요즈음 점심을 일찍 먹고 손주를 보러 간다. 손주 손을 잡고 밖에 나가 손주에게 "담아! 춥니"하고 물으면 손주는 고개를 저으며 "안 추워"라고 한다.


손주는 아직 어려서 추위를 잘 모른다. 얼굴 표정은 찬바람에 일그러지면서 춥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입가에는 저절로 웃음이 피어난다.


그러고 보니 손주네도 이 달에 이사를 가야 한다. 이사 가는 곳 집 주변에 공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거주하는 곳 주변에 공원이나 산이나 강이 있으면 산책하거나기에 좋다.


공원은 사계절 내내 보기도 하고 걸어 다니기도 편하다. 손주와 공원에 놀러 다닌 지도 꽤 되었다. 서울은 어린 손주를 데리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손주네 집 옆에 공원과 아파트 단지가 있어 심심하지 않게 놀러 다녔다. 사람은 주변에 아무 때나 찾아갈 곳이 있으면 그곳을 거닐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사실 세 살에서 네 살 어린이는 어린이집 외에는 갈 데가 없다. 손주와 뛰어다니며 놀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어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어른이 사는 세상은 이것저것 찾아갈 곳이 있지만 손주를 데리고 나가면 건물에 들어가서 놀 곳이 없다. 어린이를 데려다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이를 데리고 부모나 조부모가 같이 놀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아이는 태어나서 씩씩하게 뛰어다니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손주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뛰고 걷고 하고 싶은 데 갈 곳이 그리 많지가 않아 신경이 쓰인다. 아이가 마음대로 뛰어놀 곳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이는 밝은 세상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성장한다. 추운 겨울에 손주를 안고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를 걷노라면 힘든 것보다 손주가 자라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손주를 데리고 찾아갈 시설도 많고 볼만한 공원이나 냇가다. 물론 태어나는 아이를 위해 조성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아이라도 주변의 것을 이용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이야기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아이를 데려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날씨 탓이 아니라 세월과 이웃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공간의 부족 탓이다. 내가 시설과 환경 탓을 한다고 보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오늘도 손주를 데리고 건너편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 가서 뛰거나 걷기를 하는 산책을 했다. 찬바람을 쏘여가며 밖에 나가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성장기에 들어선 손주에게 운동을 시킬 겸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이제는 손주가 걷는 것도 안정되고 뛰는 것도 안정되어 달리기를 제법 한다. 한창 몸을 움직여야 할 때라 주변에 노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뜀뛰기를 시킬 텐데. 마땅한 곳이 없어 공원에 가서 뜀뛰기를 시키고 왔다.


날씨가 춥다고 집에서 놀 수만은 없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서 손주를 데리고 나와 돌아다닌다. 겨울에는 옷을 두껍게 입어 아이가 넘어져도 덜 다치는 것 같다.


며칠 만에 손주를 만났는데 훌쩍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키도 커지고 몸도 불어난 듯 느껴진다. 말은 많아지고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도 많아졌다.


손주 또래의 아이들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놀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마도 나만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손주를 키우는 가정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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