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는 날

by 이상역

손주는 태어나서 두 돌이 지나 유치원에 가는 날까지 양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봐주며 자랐다. 유치원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봐줄 수 사람이 있어 시기를 늦추었다.


오늘은 드디어 손주가 유치원에 가는 날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간 손주와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손주의 몸 건강을 위해 집 밖에 나가 걷기를 하고 같이 뜀뛰기를 하던 날이 엊그제 같다. 손주를 위한다고 했지만 얼마나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손주와 나눈 수많은 대화와 웃음과 시선이 눈에 어른거리고 아련하기만 하다. 손주가 유치원에 가서 또래들과 잘 어울려 지내게 될지 걱정도 되지만 묵묵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유치원이 손주의 첫 사회생활인 셈이다. 그간 생각나는 대로 손주와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지만 그것을 잘 기억해서 행동하고 배우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비가 내릴듯한 날씨가 어제부터 이어진다. 손주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유치원에 가기 위해 서두르는 분주한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이제는 양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닌 또래들과 선생님을 만나서 잘 적응해야만 한다. 손주의 엄마가 고민해야 할 일을 할아버지가 걱정한들 이루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을 떠나 유치원에 들어갔으니 앞으로는 선생님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유치원은 또래들과 놀이도 하고 사회생활도 가르치고 서로 어울려 노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 손주와 앞으로 어울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제는 손주를 데리고 걸어가서 한강을 구경했다. 딸네 집에서 한강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한강으로 가는 터널을 빠져나가자 한강이 눈에 들어왔다. 손주는 연신 한강변에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저건 무슨 차냐"라고 묻는다.


한강 양쪽으로 물결을 이루며 지나가는 차들이 손주의 눈에는 신기하게 들어왔나 보다. 강 쪽을 향해 걸어가다 물이 눈에 들어오자 "저 물은 무슨 물이냐"라고 내게 물었다.


내가 "빗물이 모여서 어디로 가지"라고 묻자 손주는 "한강"이라고 답한다. "그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는 한강이야"라고 하며 강 이름을 알려 주었다.


한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손주 손을 잡고 강가에 가서 강물을 보는데 팔뚝만 한 잉어 무리가 물가에서 숨을 쉬는 모습과 그 옆에서 청둥오리 두 마리가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요즈음 손주의 최대 관심사는 그네 타는 것이다. 어쩌다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한번 태워주었더니 그네 타기가 재미있다며 놀이터만 보면 그네를 타러 가자고 한다.


손주와 한강 구경을 마치고 놀이터로 이동해서 그네를 태워주었다. 그나마 손주네 집에서 한강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유치원에서 일찍 오거나 휴일에 손주를 데리고 한강 구경이나 가야겠다.


아무쪼록 오늘 손주가 유치원 첫 등원을 엄마와 잘하기 바라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건강하게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폭풍의 시간